‘충성파’로 가득 채운 트럼프 2기… 곳곳에서 인사 잡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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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인사 검증도 무시한 채
플로리다·폭스뉴스 출신 등용
법무장관 후보 등 추문 끝 사퇴
머스크와 인선 놓고 암투 의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행정부 구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대선 승리를 확정한 이후 채 3주도 되지 않아 새로운 행정부 내각과 백악관 주요 인선을 거의 마무리했다. 이는 역대 정권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했던 지난 2016년 대선 이후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인선 특징을 한 단어로 축약하면 ‘충성파’다. 대선 캐치프레이즈였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강력하게 추진할 측근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즉흥적이고 과격한 정책 결정을 제어할 집권 1기 ‘어른들의 축’은 사라지고, 초강경 보수 대선 공약을 가감 없이 실현할 ‘예스맨’ 위주로 인선했다는 평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부통령 당선인인 JD 밴스(40)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을 완료한 2기 행정부 핵심 보직 후보자 및 내정자는 총 36명에 달한다. 정책 분야별로 보면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경 봉쇄 및 불법이민자 추방’에서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놈(53)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국경 차르’에 톰 호먼(63)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백악관 정책 담당 부 비서실장 겸 국토안보 보좌관에는 불법 이민 강경파인 스티븐 밀러(39)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지명했다.

올해 대선 과정에서 최측근 중에 핵심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CEO와 인도계 출신 기업가이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39)는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낙점됐다. 다만 정부효율부가 내각 조직이 될지, 정부 자문기구로서 활동할지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충성파’라는 것 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특징을 알 수 있는 인선 키워드들이 있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자 정권 인수팀이 꾸려져 있는 마러라고가 위치해 정권 탄생의 보금자리가 된 ‘플로리다 출신’이 많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플로리다주에서 선출된 현직 연방 상·하원의원이다.

또 보수성향 언론의 대표주자이자, 주류 전국 매체 가운데 드물게 친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폭스뉴스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력 공급처’ 중 하나가 됐다. 숀 더피 교통장관 지명자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각료급 2명이 폭스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이다.

이처럼 속도감 있게 차기 행정부 구성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즉흥적이고 파격적인 인선 스타일로 인해 논란과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대상 인선 과정에 역대 정권에서 적극 활용했던 FBI의 인사검증을 대부분 우회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미성년자 성 매수 등의 의혹이 불거졌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지명 8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첫 낙마자로 기록됐고,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도 과거 성폭행 의혹이 불거져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도 각종 논란으로 상원 인준이 불투명한 후보자도 여럿 있다.

맥마흔 교육장관 후보자는 과거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운영할 당시 10대 링보이들이 WWE 고위급 직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더욱이 내각 주요 인사들의 인준 권한을 가진 의회 상원에서 다수당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친정’인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광폭 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견제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하나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성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그 누구보다 밀착하면서 ‘공동 대통령’으로까지 언급됐던 머스크가 인선에서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장관 후보자 지명이 대표적이다. 머스크가 재무장관으로 한껏 지지했던 러트닉이 상무장관으로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아울러 머스크는 법무장관 후보자였던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해 그의 사퇴 이틀 전 “정의의 망치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워 사실상 인선 강행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사실상 종용으로 게이츠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머쓱해졌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참모인 보리스 엡스타인과 내각 인선을 두고 ‘권력 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터져 나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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