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은 제2 고향… 한국 전통 혼례로 백년가약 맺어요” 인도인 수딥 몬달·수타파 사르카르 씨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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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부경대 교수로 부산과 인연
어색한 혼례복·서툰 절… “너무 좋아”
다문화 가정 돕는 행복한 도서관 주선
“한국 전통 혼례 의미 느낄 기회 되길”

지난 23일 부산 부경대학교 한국전통체험실에서 인도인 신랑 수딥 몬달 씨와 신부 수타파 사르카르 씨가 한국 전통혼례식을 올리며 백년 가약을 맺었다. 지난 23일 부산 부경대학교 한국전통체험실에서 인도인 신랑 수딥 몬달 씨와 신부 수타파 사르카르 씨가 한국 전통혼례식을 올리며 백년 가약을 맺었다.

어색한 혼례복, 어리둥절한 표정, 엉거주춤한 절 …. 이는 인도인 부부의 한국 전통 혼례식 장면이다.

지난 23일 부산 부경대학교 한국전통체험실에서 신랑 수딥 몬달(39) 씨와 신부 수타파 사르카르(35) 씨의 한국 전통혼례가 치러졌다. 신랑인 수딥 몬달 씨는 현재 부경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들 부부는 인도에서 2014년 결혼식을 올렸으나 부산 남구 감만동 행복도서관 고향숙 관장의 멘토링 결연을 계기로 깜짝 전통 혼례식의 주인공이 됐다.

깜짝 이벤트를 위해 행복도서관이 전통 혼례 의상을, 행복한도서관에서 실습 중인 평생교육사 실습팀들과 한국어다문화학과 서비스러닝팀, 남구 어르신 등이 혼례를 준비하고 부경대학교가 장소를 제공했다.

이들 부부는 평소 한국 사랑이 깊어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7년 전부터 부산에 살면서 낳은 딸 슈레스타(7)는 초등 1년생이 됐다.

수딥 몬달 교수 부부가 부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수딥 교수가 2017년 부경대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부터다.

그는 평소 ‘한복은 아름답다. 한복을 입고 전통 혼례를 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말을 자주 내비쳤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돕고 있는 고 관장은 그의 말에 전통 혼례식을 선물했다. 이날 혼례식에 오은택 남구청장이 축전을 전했다.

이날 부경대학교에서 학생과 동료 교수 등 60여 명의 하객으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이들 부부는 백년가약을 맺었다.

혼례식은 유첸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의 사회와 노정훈 부산대학교 의공학과 교수의 주례로 먼저 한국 전통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이어 마련된 제례 상에서 불 밝힘으로 신랑이 신부 어머니에게 기러기를 전달하는 전안례, 신부가 두 번 절하며 신랑은 한 번 답례절을 하는 교배례가 펼쳐졌다.

또 하늘에 신랑 신부가 부부의 사랑을 맹세하는 서천지례, 서로 배우자에게 서약하고 상대방의 서약을 받아 들이는 서배우례와 집례자가 부부에게 교훈이 되는 말을 전달하는 수훈례 등의 혼례 절차가 이어졌다.

또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이를 죽어서도 간직한다는 기러기를 앞에 놓고 신랑이 북향 4배를 했고 표주박 잔으로 신부와 합환주를 나눠 마셨다.

1시간여 동안 계속된 혼례식은 고천문 낭독과 액땜 의식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수딥 교수는 “한국의 부산은 저희 직장이며, 제2 고향이다. 기쁘면서도 한국식 전통 혼례식이라 몹시 떨린다”고 어색해 했다. 신부 수타파 씨는 계속 “너무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혼례식은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 외국인 유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봤다.

고향숙 관장은 “한국 땅에 정착을 원하는 부부가 함께 새로운 삶을 출발할 수 있도록 따듯하게 맞이를 해 주고 싶다”며 “이 소중한 순간이 두 사람에게 한국 고유의 전통 혼례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느낄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노정훈 교수는 “우리는 인도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가 하나로 뭉치는 독특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며 “수딥과 수타파 씨가 이 전통 한국 결혼식을 통해 서약을 갱신하는 이 순간은 한국과 인도 사이의 강한 연결을 증명하는 증거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사랑과 꿈이 이 두 나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가교 구실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첸 교수는 “한국 전통혼례를 통해 인도 부부와 하객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기를 바란다”며 “특히 우리 고유 전통혼례 문화가 전 세계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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