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마러라고로 와라!
최근 보리스 엡슈타인과 일론 머스크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이하 마러라고)에서 크게 싸웠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엡슈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오랜 참모. 머스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미국 정부효율부 장관 내정자. 이른바 ‘트럼프 2기’ 내각의 인사 문제를 두고 신구 권력끼리 한판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하필 마러라고에서 싸웠을까.
마러라고는 익히 알려진 대로 트럼프가 소유해 개인 별장처럼 이용하는 곳이다. 2만 3000여 평 대지에 크고 작은 정원, 수영장, 골프장을 갖추고 있으며, 시설 내부는 이태리산 최고급 타일에 금장식으로 꾸몄으며, 방만 12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곳이 트럼프 소유가 된 사연이 참으로 트럼프답다. 원래는 시리얼로 유명한 식품회사를 설립한 포스트 가문의 리조트였는데, 1980년대 초 트럼프가 거액을 제시하며 팔라고 했다. 포스트 측이 거절하자 트럼프는 마러라고 바로 앞 땅을 사서 바다로 향하는 전망을 막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 협박에 포스트 측은 굴복, 트럼프가 당초 제시한 가격의 절반에 마러라고를 넘겨줘야만 했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사랑은 유명하다.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틈만 나면 (백악관에서 1600km나 떨어진) 마러라고에서 지내며 참모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도 대부분 마러라고에서 가졌다. 세간에서 마러라고를 ‘남부의 백악관’이라 부를 만했다. 현재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지만 마러라고는 외교사절 접견이나 차기 내각 인선 등 사실상 백악관 역할을 하고 있다. 엡슈타인과 머스크의 권력 다툼이 마러라고에서 일어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헨리 해거드 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가 며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심상치 않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2.0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마러라고 회원권을 사라. 농담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든 기업총수든 여하튼 당장 마러라고로 달려가라는 뜻이다.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게, 여러 외신에 따르면 마러라고는 이미 트럼프를 만나려는 각국 지도자와 기업인으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나를 만나려면 내 소유인 마러라고의 회원권을 사서 오라”는 왈패 같은 트럼프의 호언이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하다. 섬뜩해서, “역시 트럼프!”라는 감탄 아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