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5000원 기부 어떠세요?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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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 '날개 없는 천사' 매년 늘어
마음은 나누면 따듯한 난로가 돼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중요
작은 기부가 큰 기부로 이어지길

사람은 남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 명제는 과연 사실일까.

나를 되돌아보면 명백한 사실처럼 보인다. 주변을 봐도 거의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도 남으로부터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욕심이 없는 사람도 없다. 5000만 원이 있다면 어떻게 1억 원을 모을지 생각하지, 이걸 누구에게 줄지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런 대가 없이, 아무런 바람 없이 남들에게 주는 것을 즐기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웃의 마음마저 환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유가 크게 없으면서 남들에게 주지 못해 안달을 피우는 더 이상한(?) 사람도 있다.

연말을 맞아 그 이상하고 더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달 장애인 단체 행사에서 만난 한 봉사자가 있었다. 그는 평생 몸이 불편한 사람을 가족처럼 돌봐왔다. 그의 어머니도 그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정말 신이 내린 특별한 재능이 없거나 평소 자신 삶의 지켜온 신념이 없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분은 지난 추석 때 식당 주변을 수년째 맴돌며 종이상자를 모으는 80대 할머니에게 작은 봉투를 전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사연인즉슨, 그 할머니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른 분으로부터 명절 촌지를 받고 있다고 했단다. 식당 사장님은 매년 촌지를 주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와 한사코 거절하는 할머니 모습에서 ‘천사의 얼굴’을 봤다고 했다.

마음은 나누면 따듯한 난로가 된다. 나누는 마음에는 따스한 기운이 흐르고 온정의 꽃이 핀다. 그렇지 않은가? 돈은 쓰면 사라지지만 따뜻한 마음은 돌고 돌아 온 세상을 데우는 불씨가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날개 없는 천사다. 좋은 마음의 향기는 오래오래 간다. 배려 혹은 감사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 위안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극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봉사단체와 기부단체를 취재해 오면서 느낀 것이 많다.

사람은 꼭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아니고, 여유가 없다고 해서 지갑을 닫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 16개 구군에 얼굴없는 기부자의 선행이 줄을 이어가고 있다.

1억 원을 기부하며 가입하는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라는 클럽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떠난 부모님의 이름으로 기부하거나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한(?) 선물이 아닐까.

올 11월 현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가 부산에서 369명을 넘어섰다. 부산은 인구가 4배 많은 경기도를 제치고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회원을 보유한 ‘나눔명문도시’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랑의 열매가 만든 고액 기부자 클럽으로 1억 원 이상 기부 또는 1년에 2000만 원씩 5년간 기부를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운데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44명이나 된다.

왜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고 주려고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을까. 많은 논문은 ‘인간의 뇌를 분석한 결과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행위가 바로 배려와 나눔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부산 시민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한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330만 부산 시민 가운데 10만 명만 한 달에 5000원씩 자동이체로 기부하면 어떨까? 매월 5억 원이라는 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지역 경제가 최악이지만, 그래도 매월 5000원 후원하겠다고 좋은 마음 내어보면 어떨까. 10만 명, 20만 명, 30만 명이 되는 날이 온다면 부산 대부분 시민이 받아서 행복하고 나눠서 행복한 날이 오지 않을까.

사회가 급속히 각박해지고 메말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정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이 기부의 불씨를 살리고 키워서 ‘부산발 배려와 나눔’이 대한민국 전역의 한 겨울 추위를 날려버리길 기원한다.

강성할 독자여론부장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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