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서 지도부 정면충돌
친윤계 김민선 “8동훈 궁금” 비판
“가족 작성 여부 밝혀라” 거듭 압박

한동훈 “대표 흔들려는 의도” 반박
야당은 대여 공세 총력전 나설 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대표 관련 의혹을 담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당 지도부 정면충돌로 확전됐다. 여당이 ‘집안싸움’에 힘을 빼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당정 위기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 대표가 늪에 빠진 여당 상황을 타개할 출구전략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쏠린다.

25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물밑 공방이 이어졌던 당원 게시판 논란이 공개 충돌로 이어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당원 게시판에 연이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앞서부터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등 친윤계가 중심이 돼 당원 게시판 논란에 불씨를 지펴왔다. 현재 한 대표 측은 한 대표 이름으로 작성된 글은 ‘동명이인’이 작성했다고 확인했지만, 가족 명의 글에 대해선 한 대표 가족의 작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친윤계는 가족의 작성 여부를 밝히라고 한 대표를 압박해 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생중계 중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꺼내 들었다. 그는 “정당은 민주적이고 정당의 의사 형성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제가 당 게시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계속 말씀드린 것”이라며 “언론에서 ‘8동훈’이 거론된다.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서 친한(친한동훈)계가 한 대표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동명이인이 8명이라고 해명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당이 ‘한 대표 사퇴’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고발한다는 기사가 있다. 제게도 사퇴하라는 문자가 많이 와 있는데 같이 고발해 달라”고 비꼬았다.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 비판 취지의 글을 작성한 사람을 당이 고발한다는 언론 보도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에 서범수 사무총장은 “(한 대표에게)사퇴하라고 해서 고발하겠다고 하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이 “오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하자 서 사무총장은 “확인해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공식 석상에서 신경전이 이어지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때 이야기하자”고 중재에 나섰고,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한 작심 발언에 나섰다. 한 대표는 “어떻게든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아닌가. 그런 뻔한 의도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며 “익명 당원 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연 공간이고, 거기에선 당연히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 (작성자를)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고 맞받았다. 이 같은 여당 ‘집안싸움’에 국민의힘은 한층 내리막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로 동력을 얻은 민주당은 대여 공세 총력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엮인 당원 게시판 논란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부각 불발로 추진력을 잃었다. 명태균 씨를 중심으로 한 용산발 리스크도 꾸준히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집안싸움을 하는 동안 이재명 대표는 위증교사 1심 무죄를 발판으로 구심력을 강화해 당정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계속 이 상태라면 야당발 ‘김건희 특검’ 등 집중포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