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해외매각 가능성에 빗장 걸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추진 나서
MBK, 핵심기술 매각 시도 전력
기업사냥꾼 이미지에 투자자 외면
인수기업 경영 난항, M&A 실패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면서 부울경 지역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부산일보DB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기존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간 산업의 국부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원천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은 데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헤마타이트 공법) 역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연합이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해외 매각을 어렵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두산공작기계 해외매각 시도
하지만 업계는 고려아연이 해외 유출을 막을 ‘빗장’을 걸어도 낙관하기 이르다고 관측한다. 과거 MBK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해 해외 매각을 시도한 이력을 가진 탓이다.
대표적 사례가 과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의 해외 매각 시도다. 당시 두산공작기계이 보유한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 인수합병(M&A) 시 정부의 심사와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일본에 매각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MBK는 중국 기업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정부의 제동으로 다시 일본 기업에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2021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약 2조 4000억 원에 매각했다. MBK가 두산공작기계를 중국 등 해외에 넘기려고 했던 시기는 인수 후 불과 3년 만으로, 국내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린 시간도 5년에 불과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MBK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 단기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다. 고려아연 역시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에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국가기간산업 기술을 경쟁국인 중국에 헐값으로 넘길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MBK 입지 좁아진 양상
고려아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적대적 M&A 등 ‘기업 사냥꾼’ 이미지에 국내 자본 사장에서 MBK 입지 역시 좁아진 양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굵직한 공제회 출자 사업에서 고배를 마셔 눈길을 끈다. 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과학기술인공제회 출자 사업에서도 탈락한 데 이어 이달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회가 출자할 사모펀드(PEF) 4개사 모집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연말 발표 예정인 군인공제회 출자 사업 역시 이런 기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명분 없는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어 역풍에 시달리는 모양새”라며 “최근 자본시장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까지 집중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A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시도했지만 노조와 직원의 반발에 중단했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서 조현범 회장과 우호세력의 방어에 실패로 돌아갔다.
단기 수익 추구로 스스로 내세운 ‘기업 가치 제고’ 대신 경영 상황이 인수 이전보다 악화된 사례도 다수 발견된다.
MBK는 2015년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금액 기준 한국 기업 M&A 역사상 최대 사례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매각하지 못하며 투자 실패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2013년 9970억 원에 인수한 아웃도어 업체 ‘네파’ 역시 실적부진에 시달려 11년 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도 MBK에 2008년 조 단위(2조 2000억 원) 자금으로 인수된 회사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