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구, 소액체납자 자료로 위기가구 찾아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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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단전·단수 등 44종 지표 외
전국 첫 지방세 활용 조례 제정
주민세 등 통해 ‘복지 사각’ 발굴
9명 사회보장제도 지원 받게 돼

부산 사하구청 전경. 부산 사하구청 전경.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고령의 A 씨. 1인 가구로 넉넉치 않은 형편에 벌이를 하며 생계를 꾸려오던 중 3년 전 생긴 질환으로 일을 관두게 됐다. 이후 생계가 어려워져 각종 공과금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주민세, 과태료마저 납부하지 못하며 곤경을 겪었다.

더구나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졌고, 생활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다. 그러다 지난 6월 사하구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곧장 복지 담당자가 집으로 찾아왔고, 상담과 함께한 상황 진단 끝에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돼 의료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았다.

A 씨 사례는 사하구가 지난해 6월 제정·시행된 ‘위기가구 발굴 및 관리·지원 조례’(이하 조례)를 근거로 실태조사를 시행해 발굴이 된 경우다.

사하구가 전국 최초로 위기가구 발굴 관련 새로운 실험에 나선 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지역사회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부산 타 지자체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하구의 새 시도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25일 사하구와 사하구의회에 따르면, 조례를 근거로 소액 지방세 장기체납자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사하구 내 주민세 3회 이상 체납자 215명 중 71명(33%)이 이미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인됐다. 체납자 중 198명(92%)에겐 상담을 통한 복지 정보와 기관 지원이 연계됐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유의미한 결과도 나왔다. 5명은 기초생활수급자로, 4명은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총 9명이 사회보장제도를 지원받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영현 구의원이 발의한 해당 조례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록면허세 등 지방세와 과태료 등 체납 여부를 위기가구 발굴 지표로 활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예컨대 1만 원에 불과한 주민세를 못 낼 정도의 가구라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소액체납자 현황자료를 활용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건강 문제, 사회고립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취지다.

조례에 따르면 사하구는 납세자 관리대장을 통해 파악한 체납자 중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액이 100만 원 이하인 체납자를 분석해 위기가구 발굴 근거로 삼는다. 위기가구로 선정되면 금전, 현물 등 직접 지원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전에도 위기가구 발굴에는 단수·단전 여부, 건강보험료 체납, 대출금·신용카드 대금·통신요금 연체 등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른 위기정보 44종이 활용됐다. 그러나 지방세 체납을 위기가구 진단 근거로 활용하는 조례는 전국에서 최초로 마련됐다.

소액장기체납자 전수조사 업무를 맡았던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는 “조사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분들이 공적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라며 “앞으로도 발굴을 더욱 세밀하게 추진해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최대한 제도권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하구의회 유영현 의원은 “소액 지방세 체납이 위기가구 발굴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위기가구 발굴정책 추진의 효과성 등에 있어서 공공역량에 한계가 있다면 민간의 힘까지 활용할 방안도 적극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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