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섬 거문도에 ‘발’ 놓아준 해양진흥공사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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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호, 여수~거문도 2회 왕복
운영사 케이티마린 자금 난관
해진공 건조비 지원으로 ‘숨통’
“섬 주민 생활 만족도 향상”
중소선사 지원 꾸준히 늘어나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최신식 초쾌속 여객선 ‘하멜호’. 해양진흥공사 제공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최신식 초쾌속 여객선 ‘하멜호’. 해양진흥공사 제공

지난 22일 ‘하멜호’ 방선(선박 방문) 행사가 열린 전남 여수연안여객터미널.

하멜호는 여기서 출발해, 여수와 제주도 중간의 12㎢ 작은섬 거문도를 하루 2회 왕복 운항한다. 어느새 거문도의 ‘발’이 된 하멜호는 한국해양진흥공(이하 해진공)가 올해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내항선사에 선박금융을 지원한 대표적 케이스다.

해진공에 따르면, 지난 7월 5일 본격 운항에 나선 하멜호는 총톤수 590t(톤), 길이 42m에 최대 42노트(시속 약 80km)의 속도로 운항하는 초쾌속 여객선이다. 선박 운항은 케이티마린(KTM)이 맡고 있다. 승객정원 최대 423명을 태우고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전남 여수 거문도 삼산면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예전엔 여수에 나가려면 선박이 결항인지 아닌지 우선 확인부터 해야 했고, 돌아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배를 타러 나오니 섬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반겼다.

하멜호가 취항하기 전엔 선박을 타고 거문도를 벗어나려면 새벽 5시에 여수시에서 출발하는 셔틀을 타야 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여수~거문도 항로가 1척으로 축소 운항됐다가 이마저도 노후선이다 보니 결항이 잦아 주민들의 불편함이 컸다”면서 “하루 2회 왕복하는 하멜호 취항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신입사원들과 ‘하멜호’ 방선 체험을 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제공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신입사원들과 ‘하멜호’ 방선 체험을 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제공

하멜호의 취항에는 해진공의 선박금융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케이티마린이 하멜호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해진공이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박 건조 비용의 80%(약 120억 원)가량을 지원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해진공의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기존 외항선사에서 내항선사까지 확대되면서 내항 업계에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해진공의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은 선박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소선사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2022년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10개 선사 13척의 선박에 2300억 원의 선박금융이 지원됐다. 연안여객선부터 국제카페리, 케미컬선박, 벌크선, 중량물 운반선 등 지원 대상도 다양하다. 해진공은 올해 지원 대상을 800여 개 이상 내항 선사로 확대하고, 사업 예산도 지난해 2배인 5000억 원으로 늘렸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앞으로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내항선사 및 연안 여객선까지 확대하는데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또 선박 확보 시 선사의 자금 부담이 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이자 지원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진공은 설립 초기 한진해운 사태 등의 영향으로 HMM 등 대형선사 지원에 집중했지만, 2021년 이후 중소·연안선사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이다. 해진공이 설립된 2018년 7월부터 2023년 말까지 중소선사 누적지원 실적은 총 382건, 1조 100억 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전체 178건(2조 5087억 원)에 달하는 선사 지원액 중 중소·연안선사는 14%인 25건(963억 원)에 그쳤지만, 2023년에는 전체 240건(1조 9739억 원) 가운데 38%인 92건(2371억 원)이 중소·연안선사에 지원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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