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상 확대 갈등’ 하동한국병원, 병상 30→100 확대했다
병상 확대 놓고 군-병원 갈등…휴업도
개원 후 2개월 여 만에 병상 확대 확정
입원 환자 수 맞춰 의료인력 확보 ‘합의’
하동군 하동읍에 위치한 하동한국병원 모습. 병상 확대 문제로 하동군과 갈등을 겪어오다 최근 100병상 확대가 최종 결정됐다. 김현우 기자
병상 확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돌연 휴업에 들어가는 등(부산일보 10월 17일 자 11면 등 보도) 하동군과 갈등을 벌여왔던 하동한국병원이 마침내 병상 확대에 성공했다.
26일 하동군·하동한국병원 등에 따르면 군은 최근 하동한국병원 100병상 확대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하동군 하동읍에 30병상 규모로 개원한 지 2개월여 만이다.
하동한국병원 의료인력은 25일 기준 양의사 3명, 한의사 1명, 간호사 13명이다. 의료법상 100병상 기준에 최소 의사 5명(한의사 제외)·간호사 40명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병원 측이 향후 입원 환자 수에 비례해 의료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면서 하동군이 병상 확대를 허가했다.
대신 하동군은 입원 환자 수에 맞게 의료 인력을 운용하는지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의료 인력은 양의사는 입원환자 20명 당 1명, 간호사는 2.5명 당 1명이 필요하다. 현재 하동한국병원 입원 환자 수는 30명 안팎으로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향후 환자 수가 더 늘어나면 인력을 추가해야 한다.
하동군 관계자는 “의료법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의료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믿고 100병상 확대를 결정했다. 100병상 확대 이후 거의 매일 입원 환자 수와 의료 인력을 확인하고 있다. 입원 환자 수에 맞춰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 군으로선 필수 의료 인력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건 의사보다 간호사 채용 여부다.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다 보니 농어촌 지역에선 오히려 간호사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다.
하동한국병원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 계속해서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직원에게도 추천을 받고 있다. 실제 도시에 비해 더 많은 임금을 주고 간호사를 모집하고 있는데, 숙식이 제공되고 근무환경이 좋아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동한국병원은 100병상으로 확대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병원은 양의사 2명·한의사 1명·간호사 10여 명·30병상 규모로 출발했다. 당분간 30병상 규모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병원은 불과 한 달도 안 돼 하동군에 100병상 확대를 요청했다. 30병상 규모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무엇보다 지역에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보니 환자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다.
하지만 하동군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군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소 의료인 정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병원 측은 농어촌 지역 특성상 당장 의료 인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선 병상 확대 후 의료 인력 확보’를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차는 결국 병원 휴업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하동한국병원은 병상수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병원 문을 닫았고 일주일 만에 재개원했다. 이후 양측은 다시 협의에 나섰고 입원 환자 수에 맞춰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다.
하동군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역에 마땅한 병원이 없어 군민들이 원정 치료를 다니는 등 불편이 컸다. 2027년에는 하동군 보건의료원도 개원할 예정인데 두 병원이 정상 가동되면 지역의 의료복지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동 지역에 100병상 규모 병원은 하동한국병원이 유일하다. 앞서 종합병원급인 새하동병원이 있었지만 2022년 3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올해 9월 하동한국병원이 새하동병원 건물을 인수해 개원했다. ‘2차 병원’으로 하동우리들병원이 있지만 정신과 치료 중심이다 보니 실제 군민 의료복지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그 외에는 수술실이나 입원실이 없는 소규모 병원인 ‘의원’만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