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격화된 ‘당게’…국힘 PK ‘분화’ 촉발하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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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공세에 친한계 “당 대표 끌어내리기” 위기감
주진우 서범수 정성국 조경태 등 PK 친한계 사수 전면에
반면 PK 다수인 친윤계는 김기현 등 극소수 제외하고 ‘정중동’
“한동훈 흔들기 못마땅하지만, 한 리더십도 미덥지 못해”
그러나 실제 진퇴 문제로 확전되면 선택의 기로에 설 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8회 MBN 보고대회 ‘1인 1로봇 시대가 온다’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8회 MBN 보고대회 ‘1인 1로봇 시대가 온다’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계파 갈등을 다시 불붙인 ‘당원 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의 ‘분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 보수 유튜버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당게’ 논란은 전날(25일) 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공개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전면화됐다. 한동훈 대표를 향해 연일 가족 연루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자, 한 대표는 급기야 “나를 끌어내려보겠다는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게 논란이 한 대표의 진퇴로까지 연결될 조짐을 보이자 PK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한 대표 사수의 선두에 선 모습이다. 이 중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의 역할이 가장 눈에 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 의원은 논란 초기 친윤계의 당무감사 요구에 대해 정당법을 근거로 당원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또 게시글 내용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법률자문위를 통해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 조사, 윤 대통령 내외에 대한 비방 글은 12건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어떤 의혹을 제기할 때는 팩트에 근거해야 하는데, 게시글을 전부 본 결과 특별히 문제되는 글이 없었다”며 “(당게 논란은)한 대표 끌어내리기라는 말에 동의 한다”고 친윤계에 각을 세웠다. 지역 정가에서는 한때 ‘찐윤’으로까지 불린 주 의원이 이번에 완전한 친한계로 ‘커밍 아웃’을 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 사무를 총괄하는 서범수(울산 울주) 사무총장도 논쟁 초기 한 대표 명의의 게시글에 대해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라는 점을 신속하게 밝히고, 윤 대통령 비방글이 해당 행위라는 친윤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총선 1호 영입 인재’인 정성국(부산진갑)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문제로 한 대표를 공격한 김민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는 등 한 대표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 조경태(사하을) 의원도 이번 논란을 두고 장예찬 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며 친한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6선에 이르기까지 계파색이 옅었던 조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반면 PK 친윤계에서는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한 대표 가족의 게시글 작성 여부에 대한 해명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총선 당시 ‘불출마’를 두고 윤 대통령과 갈등설이 돌았던 김 의원이 이번 논란을 통해 친윤계 중심에 재진입 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외에서는 부산 수영에 출마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연일 한 대표를 직격하며 당게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 PK에서는 친윤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류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이번 논쟁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초박빙 승부를 펼친 지난 총선과 이후 당정 갈등 등 여러 고비 속에 PK 의원 다수가 ‘관망파’로 돌아선 데다, 최근 PK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친윤 색깔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한 대표 측에 다가섰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현재로서는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한 지역 중진 의원은 “친윤계 일부가 한 대표를 흔들기 위해 당게 논란을 키우는 것도 못마땅하긴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로서 한 대표가 당정 갈등 등을 풀어나가는 모습도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어느 한 쪽 편을 들기가 흔쾌한 마음이 안 생기니, 그냥 지역에나 집중하자는 게 지금 다수 의원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진짜 한 대표의 진퇴 문제로까지 확전될 경우, 이들 관망파 의원들도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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