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당한 #육아스타그램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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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로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인스타그램 로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육아 계정'들이 수난을 겪는 중이다. 11월 중순부터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기의 일상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하던 계정이 갑자기 비활성화 혹은 삭제 조치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어린 자녀의 얼굴이 대중에 공개된 연예인을 비롯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 수를 자랑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도 ‘강제 폭파’를 겪었다며 본인의 다른 계정을 통해 당황스러운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팔로워 숫자가 적은 일반인이나 비공개로 운영 중인 계정은 물론 일부 비즈니스 계정까지 특별한 기준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재를 당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다른 SNS와 블로그 등에서는 이미 인스타그램 육아 계정 삭제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처 방안이 공유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필 사진을 아기 사진으로 설정했다면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나 성인인 부모 사진으로 먼저 변경해 두라는 조언이다. 설명하는 곳에는 “엄마·아빠가 운영하는 계정입니다(Account run by mom·dad)”라는 문구를 넣거나, 아이(kids)·아기(baby)·아동(children)과 함께 상업적인 이용으로 유추할 만한 단어를 조합하지 말라는 제언도 뒤따른다. 그리고 계정에 업로드 된 사진에 유아의 비중이 높아도 역시 폭파 대상으로 걸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족 사진을 많이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충고도 나온다.


5일 서울 강남구 센터필드 메타코리아 오피스에서 열린 '유스 세이프티 라운드테이블'에서 프리앙카 발라 메타 아시아태평양 안전 정책 총괄이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10대 계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강남구 센터필드 메타코리아 오피스에서 열린 '유스 세이프티 라운드테이블'에서 프리앙카 발라 메타 아시아태평양 안전 정책 총괄이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10대 계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소동과 관련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 측에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인스타그램은 기본적으로 만 14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특히 14세 미만 어린이를 대표하는 계정의 경우 부모나 보호자가 관리하는 계정임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영국 등 4개국에서 운영 중인 ‘제한적인 10대 계정’ 정책을 내년 1월 한국 등 전 세계 국가에 확대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18세 미만의 청소년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되고, 부모의 감독 권한 강화를 통해 자녀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도 세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특징이다.

아울러 메타는 나이를 성인으로 표시한 사람이 실제는 청소년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는데, 지난해 시범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연령 확인 시스템이 한국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를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부모가 자녀의 사진, 일상 등을 공유하는 문화를 일컫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운다는 해석도 있다. 2010년대 SNS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육아(parenting)와 공유(share)를 합친 신조어로 등장한 셰어런팅은 무분별한 위치 정보 공개에 따른 범죄악용 가능성과 자녀의 초상권·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문제 제기가 수년간 이어져 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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