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직야구장 재건축
부산은 흔히 구도(球都)나 야도(野都)로 불린다.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도 그렇다. 야구도시라는 의미에서다. 심지어 야구의 수도라는 이들까지 있다. 부산이 야구를 잘하는 도시이고 시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핫’한 야구 열기를 보여주기 때문. 그런데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저조한 성적을 고려하면 ‘야구 잘하는 부산’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꽤 있을 듯하다.
부산 아마추어 야구는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엔 정말 대단했다. 고교야구는 전국 최강으로 군림하며 야도 부산의 명성을 굳건히 쌓아 올렸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이전, 고교야구가 큰 인기를 누리고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하지 않던 시절 얘기다. 경남고와 부산고, 경남상고(현 부경고), 부산상고(현 개성고) 등은 전국대회 우승과 상위권을 자주 차지하며 부산을 빛낸 야구 명문고로 꼽힌다. 〈부산일보〉가 주최한 전국 고교야구대회인 ‘화랑대기’는 고교야구리그 시작 한 해 전인 2010년까지 62회나 열려 야구 발전에 톡톡히 기여했다. 부산 동아·경성·동의대 야구팀은 이같이 든든한 기반에 힘입어 전국 강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철거돼 사라진 구덕야구장은 1986년 사직야구장 개장 전까지 부산 야구의 요람 역할을 했다. 구덕구장은 프로야구 초창기 1982~85년 롯데 홈구장으로도 사용됐다. 야도 부산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진 구덕구장의 전통을 이어받은 게 사직구장이다. 부산 사람이라면 야구팬이 아니어도 사직구장에서 만든 추억 한두 개 이상은 갖고 있을 법하다. 롯데의 승패를 떠나 만원 관중과 함께 ‘부산 갈매기’를 신나게 떼창하며 야구장을 지구촌 최대 노래방으로 바꿔버린 일이나 신문지와 봉다리를 활용한 응원, ‘마!’를 외치는 구호 등. 사직구장을 한국 야구의 심장부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시민의 야구 열정은 뜨겁고 활기차다.
최근 부산시가 건립된 지 40년 가까이 돼 노후화한 사직구장을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와 롯데가 2028~30년 현재 위치에서 3262억 원을 들여 2만 1000석 규모 개방형 구장으로 재건축해 2031년 다시 문을 연다는 게다. 이 사업이 그간 돔구장 등 구장 형태와 입지 문제로 논란을 겪으며 지체된 만큼 공사와 사업비 확보가 원활히 추진돼 야도 위상을 드높이는 시설이 재탄생하길 바란다. 재건축 계획을 계기로 롯데 선수단 리빌딩과 정신 재무장도 이뤄져 ‘가을야구’를 밥 먹듯 하면 좋겠다. 롯데 경기 결과가 다음날 자신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민이 많아서 하는 소리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