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비비크림 이어 양털 부츠 찾는 2030 남성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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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문화에 달라진 세태
남성 매출 작년보다 52% 증가
“보온성·실용성 높아 만족” 반응

캠핑을 즐기는 한 30대 커플은 겨울 커플 아이템으로 양털 부츠를 장만했다. 독자 제공 캠핑을 즐기는 한 30대 커플은 겨울 커플 아이템으로 양털 부츠를 장만했다. 독자 제공

25일 오전 9시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한 카페. 한 30대 남성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운터에서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남성의 신발로 모였다. 이 남성은 베이지색 양털 부츠와 함께 눈꽃 패턴의 뜨개 장식이 눈길을 끄는 니트를 착용했다. 정 모 씨는 “생각보다 가볍고 따뜻한 데다 심심한 옷차림에 포인트로 양털 부츠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털 부츠를 신는 남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 양산과 화장품(선크림·비비크림)처럼 필요하다면 성별이 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품을 소비하는 ‘젠더리스 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시내 곳곳에서도 양털 부츠를 신은 남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성들의 양털 부츠 애호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양털 부츠 브랜드인 ‘어그’(UGG)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어그 남성 상품의 올 1~1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남자 어그’ ‘남자어그부츠’라고 검색하자 수백 개의 ‘남자 어그 코디’ 게시물을 비롯해 ‘남자도 어그 부츠 신는다’ 등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양털 부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올해 폭염이 강타한 여름 날씨로 겨울에도 맹추위가 예상돼 따뜻한 겨울나기를 미리 준비한다는 반응이다. 또 지난해부터 유행했던 패딩 부츠의 영향도 일부 있다는 분석이다.

캠핑을 위해 양털 부츠를 장만했다는 30대 김 모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커플 캠핑 아이템으로 어그를 샀다”며 “보온성이 높고, 내구성이 좋아 가성비와 실용성을 다 잡은 아이템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행의 원인으로 성별 경계가 허물어지는 ‘젠더리스 문화’ 확산과 함께 MZ세대의 소비 특성이 결합한 것을 꼽고 있다. 동아대 사회학과 최이숙 교수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양털 부츠는 여성들만 신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실용성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면 성별을 딱히 구분하지 않는 MZ세대의 유연한 소비 특성과 더불어 양털 부츠에 대한 소비 경험, 친밀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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