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은 내돈…요트관리비 대신 내주고 개인별장도 회삿돈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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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자기 배만 불리는 오너일가 세무조사
사적으로 유용한 회사 재산규모 1384억 달해
사주 자녀 알짜 사업 때주고 부당지원 일삼아
신규사업 진출 등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차익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본청에서 민주원 조사국장이 오너 일가 세무조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본청에서 민주원 조사국장이 오너 일가 세무조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주식회사 A는 제조업을 하면서 수출도 하는 기업이다. 사주는 해외 휴양지에 있는 자신의 요트 유지비 수억원을 회사가 대신 내게 하고 해외 고급 호텔·레스토랑도 이용하면서 돈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는 A 사업장과 같은 주소에 자녀 명의로 서류상 회사 B를 세운 뒤 실제로는 A가 직접 수출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B를 통해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해 B에게 수십 억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자녀에게 시가 40억원 상당의 큰 평수 아파트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자녀가 40여개국에 이르는 국가에 해외여행을 할 때 수십 억원에 달하는 여행 경비를 부모 명의 카드로 결제하고도 증여세는 신고하지 않았다.


# 플랫폼 운영업체 C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대금 정산은 수시로 늦추면서도 사주일가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사서 몰고 다니며, 수억 원대 피부관리비·반려동물 비용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또 사주는 자신 명의 땅에 회사 연수원을 짓는 것으로 위장해 회사 돈으로 개인 별장을 지어 놓고도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회사로부터 수 억원을 받으며 호화 생활을 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마구 쓰거나 자녀가 세운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탈세혐의자는 모두 37명이다. 유형은 △회사 돈을 ‘내 돈’처럼 사용 14건 △알짜 일감 몰아주기 16건 △미공개 기업정보로 부당이득 7건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 조사 대상은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쓰며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이를 정당한 비용으로 위장해 세금을 안낸 기업과 사주일가다. 해외 호화주택·스포츠카 등 고가의 자산을 법인명의로 사들여 개인적으로 쓰거나 사주 자녀의 해외 체류비·사치비용을 회사가 낸 사례가 다수 포함했다. 이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총 1384억 원에 이른다. 9억원에 이르는 영국산 대형 승용차도 있고 190억원에 달하는 고급빌라도 포함됐다.

두 번째 대상은 계열사나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경우다. 사주 자녀에게 알짜 사업을 떼어주거나 고수익이 보장된 일감을 밀어주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대상 자녀들은 증여 받은 종자돈 평균 66억 원을 시작으로, 부당 지원 등을 통해 5년 만에 재산이 평균 1036억원(최대 602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증여세는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세 번째 대상은 기업공개, 신규 사업 진출 등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경우다. 조사대상 기업의 사주일가는 상장, 인수・합병 등이 예정된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평균 20배의 주가 상승 이익을 얻었다. 사주 자녀가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아 상장예정 주식을 사고 상장 후 주가가 70배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는 각종 플랫폼, 프랜차이즈 등 서민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과 그 사주일가의 불공정 행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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