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드론 배송
울릉도 앞바다 배 위에서 개그맨 이창명이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외친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린다. 전화 속 목소리 주인공은 마라도 앞바다 요트 위 개그맨 김국진이다. “미안한데 말이야 나 마라도로 옮겼어.” 1998년 공개된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이 광고는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피와 함께 한국 최남단 섬 마라도를 짜장면 명소로 만들었다. 당시에도 마라도에는 짜장면집이 한 곳 있었다는데 이후 10여 곳으로 늘었고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집도 생겼다.
우리만큼 배달에 진심인 민족도 없다. 광고 후 해당 통신사 고객이 늘었는지는 몰라도 배달 주문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주문하던 배달 음식을 한강공원 같은 야외에서 시켜 먹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의 해수욕장 음식 배달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다. 운동장에서 조기 축구를 마치고도, 밭일을 하다가도 시키기만 하면 어디든 찾아온다. 외국인 여행 가이드 목록에 ‘한강에서 배달 음식 시켜 먹기’가 있다고 할 정도다. 저녁에 물건을 주문하면 새벽에 문 앞에 갖다 놓는 K배달 문화는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런 배달 시장도 드론 등장과 함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창명이 배로 가야 했던 마라도도 이제 드론이 가는 시대다. 제주도는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등 섬을 대상으로 생활필수품 등을 드론 배송하고 지역 특산물을 역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서 지역이 많은 통영시와 인천시도 드론 배송에 가세했다. 해양수도 부산이 내세운 건 전국 최초의 항만 드론 배송 서비스다. 시는 26일 영도구 한국해양대에서 시연회를 갖고 본격 서비스에 나선다. 앱을 통해 주문하면 해상의 배나 바지선, 낚시터 고객에게 선용품, 음식물 등을 드론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식이다.
국내 지자체마다 드론 배송 전쟁이 불붙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이 유통 스마트화에서 앞서 나간다. 중국은 이미 만리장성 방문객을 대상으로 드론 배송을 상용화했다. 단돈 750원에 음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물품 배송이 가능하다. 미국 월마트는 생수나 치즈 등 드론 배송을 선택하면 30분 내 뒷마당에 갖다준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로봇 배송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술적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법과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되는 일이다. 문명의 이기에서 뒤쳐지면 ‘배달의 민족’ 타이틀도 뺏길 수 있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