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 뒷전인 국힘 ‘게시판 자중지란’, 집권여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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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주도권 다툼으로 시간 허비
한 대표가 하루빨리 진실 밝혀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당 내부의 갈등이 끝이 없다. 지난 5일 이 의혹이 불거진 뒤로 벌써 스무날 넘게 지나는 동안 집권여당이 이 문제 하나로 집안싸움 하느라 시간만 허비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당사자인 한 대표는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리려 한다”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데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번 논란은 가족들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 정부여당이 처한 위기 상황도 아랑곳없이 한 대표가 어째서 회피성 답변과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논란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여당 당원 게시판이 전산 오류 때문에 실명으로 글을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불거졌다. 이때 한 대표와 부인 등 일가 7명의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들이 게시판에서 검색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친윤계는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무 감사를 통해 작성자 신원 확인 등을 요구했고, 친한계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당무 감사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은 심각한 지경으로 치달았다. 최근에도 한 대표와 친윤 인사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출동했고, 친한계와 친윤계 간에 상호 비난이 이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내홍은 단순한 게시판 논란을 넘어 집권당 내부의 새로운 갈등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당 내부의 권력 구도와 온라인 정치 여론 형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의 갈등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립을 지켜보노라면, 사태 해결보다는 당내 헤게모니 쟁취가 더 중요한 것으로 비칠 지경이다. 온라인 게시판의 익명성을 무시한 채 작성자 색출을 요구하는 친윤계의 주장은 사실 과한 데가 있다.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의혹과 갈등을 키우고 있는 한 대표의 처신도 납득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모두들 국민들의 답답함은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의 해결에 한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고 과감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논란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쇄신의 잣대는 자신과 가족의 의혹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가족이 댓글을 단 것이 사실이라면 진심으로 사과하면 되는 일이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는 진실을 밝히기 주저하는 태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는 여권 쇄신의 적기도 놓치고 국민 신뢰도 몽땅 다 잃게 된다. 무엇보다 경제·민생 현안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한 대표가 더는 세월을 허비하지 말고 하루빨리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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