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베트남에 떨어질까 부산 기업 ‘노심초사’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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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대미 무역흑자국 부상
중국의 미국 수출 우회기지로 지목

삼성·LG 등 대기업 상당수 진출
창신 등 수백여 지역 기업도 포진
무역 장벽 강화 땐 부담 발생 우려
통상정책 예의주시 등 대책 고심

지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에서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교민기업 DDM24가 공동주최한 ‘2024 베트남 하노이 전자상거래 연결 및 개발 포럼’ 한국관 홍보부스에서 국내기업 삼명장의 홍삼 제품을 베트남 현지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에서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교민기업 DDM24가 공동주최한 ‘2024 베트남 하노이 전자상거래 연결 및 개발 포럼’ 한국관 홍보부스에서 국내기업 삼명장의 홍삼 제품을 베트남 현지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에 대해 ‘관세 전쟁’을 선포(부산일보 11월 26일 자 6면 보도)하면서 지난해 3대 대미 무역흑자국에 이름을 올린 베트남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기업은 물론 지역 기업 상당수가 베트남에 진출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리스크가 베트남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베트남 역시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미국 수출 우회기지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발 수입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중국 기업 상당수가 미국 수출이 용이한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미중갈등의 대표적인 수혜자가 된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베트남 수입 비중은 2%에서 3.8%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부터는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수출하는 비중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2021년 기준 베트남에서 제조한 중국 상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33.9%에 달했다. 문제는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태국으로 진출한 일본을 피해 베트남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각 계열사, 1·2차 협력사, 포스코, 두산중공업, 효성, 현대기아차, 롯데 유통, GS, CJ 등 한국 대기업 상당수가 베트남 주요 산업 분야에 포진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 기업도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1994년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한 글로벌 신발제조기업 창신아이엔씨를 비롯해 2002년 같은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등을 주로 생산하면서 연매출 7000억 원을 기록 중인 화승비나가 대표적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베트남서 재기에 성공한 삼덕통상이 공장을 세운 베트남 롱안성에만 크고 작은 지역 기업 200여 개가 운영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견제를 위해 베트남에 대한 무역 장벽을 강화하게 되면 한국 기업들의 ‘원산지 관리’ 등 공급망 입증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지역 업계 관계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생필품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섣불리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기업 운영 리스크를 줄이고 변화 발생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수록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수입 규제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대베트남 통상정책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권도겸 부산본부장은 “정해진 정책이 아직 없기 때문에 대비책 마련에 한계가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대미 민간 통상협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후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를 비롯한 자동차, 철강, 물류 기업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관세 부과로 인해 국가 간, 대륙 간 무역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수송용 석유 수요도 감소해 글로벌 석유 수요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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