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임시휴전 합의… 미 정권 교체가 양측 압박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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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13개월 만에 60일 휴전
지도부 와해 위기 몰린 헤즈볼라
협상장에서 대폭 물러선 모습
네타냐후의 ‘트럼프 선물’ 분석도

6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선 휴전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AFP연합뉴스 6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선 휴전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임시휴전에 들어간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오는 27일 오전 4시를 기해 60일간 공습과 교전이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이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대해 직접적인 지상전을 벌이기 시작한 시기를 놓고 보면 2개월 만이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 년 전으로 퇴보시켰고,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귀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이번 휴전안에 따르면 60일간의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물러나고, 헤즈볼라는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시키게 된다.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합의를 받아들였다"며 "지옥을 지나온 가자지구 주민들도 교전 중단을 맞이해야 마땅하다"라며 가자 휴전도 촉구했다.

하지만 휴전이 성사됐다는 발표 이후에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졌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앞서서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와 남부 접경지대, 동부 베카밸리 등지에서 180여개의 헤즈볼라 표적을 상대로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이는 휴전이 발효되기 전에 헤즈볼라의 잔존 위협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측의 이번 휴전 합의는 내부적 요인과 더불어 이를 중재한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신구 권력’이 모두 휴전에 힘을 실은 가운데 지도부 와해로 위기에 처한 헤즈볼라까지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의 공간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자 본격적으로 위축됐다. 9월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공격을 단행한 데 이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근거지들을 공격하자 헤즈볼라 내부는 크게 흔들리며 사실상 와해 위기까지 내몰렸다.

실제 이번 휴전 합의의 내용에서도 헤즈볼라의 수세적 입장이 엿보인다. 당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 중단의 선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가자지구 휴전’은 이번 합의에선 완전히 빠졌다. 반면 이스라엘이 줄기차게 요구한 유사시 레바논 내 군사 작전의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은 포함됐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합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전쟁에 대한 강경 일변도 태도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은 그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좁혔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결심’에 더 많은 영향을 준 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일 수 있단 분석도 있다. 국제사회의 분쟁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를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선물’로 준비한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하기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는 “(네타냐후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조기에 외교정책상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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