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인천 등과 경합하며 ‘평행선’… 지역 경쟁 극복이 과제 [부산 핵심 현안 점검]
4. 해사전문법원 부산 유치
부산 여야 설치 법안 선제 발의 등
기류 선점하고도 제자리 걸음만
논의 중단 속 타지역과 눈치 싸움
해사법원 설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위한 해사 모의재판'이 지난 21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해사전문법원’(해사법원) 설립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국내 최초의 해사법원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지역 간 신경전과 정치적 수싸움이 반복된 탓이다. 22대 국회에서도 해사법원 설립 법안 논의는 진척이 없다. 정치권이 ‘지역 경쟁’만을 답습할 경우 해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이끌 해사법원 설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사법원은 선박 충돌 사고나 해상보험·선원 관련 사건 등 해사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법원이다. 해사법원이 도입되면 국내 해운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해운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해사법원을 통해 해양 분쟁 처리의 신속·효율·전문성을 보장하고, 해외 로펌 등으로 유출되는 연 3000억 원 이상의 국부를 막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은 나란히 해사법원을 부산에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한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해양 분쟁 수요와 해양도시 상징성 등을 고려해 부산이 해사법원 설립 최적지라는 의미이다. 22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해사법원 설립 관련 법안은 이 법안이 유일하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현재 상임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내 처음 도입되는 해사법원인 만큼 법원 소재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타 지역에서 해사법원 설립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만큼, 법안이 발의된 이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지역별로 해사법원 유치 법안이 발의될 경우, ‘지역 경쟁’이 본격화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부산시를 비롯해 세종시, 서울시, 인천시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된 바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해사법원 설립 지역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법안은 끝내 폐기됐다. 해사법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평행선만 달려온 꼴이다. 곽 의원은 “우리나라는 인접국과 비교하면 해사법원 설치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최근 해사법원 인천 설립에 시동을 걸고 있다. 부산 여권도 법안 발의에 이어 해사법원 설립 국회 토론회, 해사모의재판 행사 등을 통해 기류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도 해사법원 설립 필요성에 공감의 뜻을 내비치면서 해사법원 유치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지역 경쟁이 가열되면 해사법원 설립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며 “해사법원을 하루빨리 논의 테이블에 올려 소재지에 대한 이견부터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