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연말 모임 해도 돼?”
비상계엄 여파 연말 대목 실종
호텔·식당 등 예약 취소 잇따라
각종 행사 준비 지자체도 울상
9일 오후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라져 부산 해운대구 일대가 한산하다.
연말 부산 전역의 식당과 호텔에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부산 시내에도 외국인 발길이 뜸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 사태에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주말과 평일이 따로 없이 예약 만석을 자랑하던 부산 해운대구의 한 갈빗집에는 최근 예약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어제 단체 예약이 3건 취소됐고 추가로 예약 취소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단체 예약은 거의 취소되고 작은 모임들도 간단히 먹고 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운대구의 한 양식집에도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식당은 연말 특수를 고려해 스테이크, 채소 등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해둔 상황이었다. 식당 대표 B 씨는 “이미 들어온 단체 예약에 대비해 미리 고기를 손질해 놨는데 벌써 취소된 모임만 서너 건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확 줄면서 관광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 중구의 한 3성급 호텔 역시 객실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에 연말연시까지 한창 성수기여야 할 시기에 계엄 사태 때문에 외국 관광객 불안이 커진 것 같다”며 “계엄령이 발표된 주에 예약 취소 문의가 특히 쏟아져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해운대 구남로 상인회 장영국 회장은 “내국인은 물론이고 해운대를 찾는 외국인들이 확연히 줄고, 찾아온 외국인들도 계속 상황이 괜찮은지 물으면서 불안해하고 있어 연말 매출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관광객 감소세에 연말연시를 맞아 축제를 준비해 온 지자체들도 축제 규모를 축소해야 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해운대구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해운대 빛축제에 지난해보다 예산을 2배가량 늘리는 등 예전보다 큰 규모로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계엄령 변수로 차질을 빚게 됐다. 해운대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개막일 당일 불꽃쇼와 점등식으로 개막식을 준비했는데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면서 점등식을 예정대로 해야 할지 내부 검토 중이다”며 “연기나 취소 등은 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점등식 행사 자체는 시국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연말연시 특수의 불씨라도 살려 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은 성탄절 준비를 위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소품, 홈파티 푸드 등을 대폭 할인하는 기획전을 진행했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설 선물 세트 사전 예약에 나섰다.
글·사진=변은샘·박지훈 기자 iamsa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