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인터뷰 류승범 “배우라는 직업, 이제야 내가 선택”
‘가족계획’ 홍보차 언론 만나
“연기 책임감과 직업의식 생겨
‘아름다운 사람’ 되는 게 목표”
배우 류승범이 최근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주변에서 저한테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야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느낌이 들어요.”
배우 류승범은 최근 10년간 자신의 삶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2015년) 이후 9년 만에 언론과 만난 그는 그새 슬로바키아인 아내의 남편이 됐고, 딸아이의 아빠가 됐다. 충무로에서 말수 적기로 소문났던 류승범이 이제 먼저 안부를 묻고, 가벼운 농담도 던진다. 겉으로 보기에도 한층 여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가족계획’ 홍보 인터뷰차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내를 만나 아이를 키우며 지낸 시간이 자연스럽게 날 변화시킨 것 같다”며 “신작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에서 아빠 역할을 맡았는데 가족 이야기라 마음이 갔다”고 밝혔다.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류승범은 ‘품행 제로’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베를린’ 등에 출연해 대중과 만났다. 패션 감각이 좋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강해 ‘패션의 아이콘’ ‘힙한 배우’ 등으로 통하기도 했다. 류승범은 “내가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한동안 활동을 안 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지내지 않은 시기도 있다 보니 잘 안 보이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평범한 아빠일 뿐”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류승범이 신작에서 연기한 철희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다. 평소엔 아내와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지만, 가족이 위험에 빠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 ‘나쁜 놈’들을 사정없이 응징한다. 류승범은 실제 한 아이의 아빠라서 철희에게 더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희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뒤로 빠져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캐릭터”며 “철희를 보면서 이런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에게 가족은 정의이고, 삶의 뜻이다. 실제로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 아빠 역할을 제안 받아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류승범은 쉬는 동안 연기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호기심이 많아서 일하면서 다른 생각도 많이 했다”며 “지금은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각이 바뀌니 책임감과 직업의식이 생겨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면서 “예전보다 더 대본도 많이 보고, 연습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의 태도 역시 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계속 변하는 사람인데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지금 저는 제 모습이 만족스러워요. 예전보다 좀 더 솔직해졌고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하려고 하거든요.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같은 것도 해보고 싶습니다. 하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