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딸기를 지켜라" 딸기 재배 농민들 ‘절도범과의 전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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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값 고공행진…10만 원 짜리도
절도 주의보…모종째 도난당하기도
민·관 합동순찰에 최신 CCTV 설치

경남 산청군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 모습. 딸기가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산청군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 모습. 딸기가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김현우 기자

딸기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금딸기 절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산청경찰서에 따르면 산청군 신안면 자율방범대와 10일부터 일대 딸기하우스 민·관 합동 순찰에 들어갔다. 이번 순찰은 딸기 도난 피해를 우려한 신안면 이장단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신안면과 신등면, 단성면은 서부경남지역의 대표적인 딸기 재배지로 시설하우스가 집중돼 있다.

산청경찰서 관계자는 “딸기 수확철을 맞아 절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딸기 하우스는 대표적인 도난 취약지다. 자율방범대와 합동으로 하우스와 딸기 보관 장소 등 취약지역 집중 순찰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청은 물론, 인근 진주와 하동 등 인근 딸기 하우스 밀집지는 최근 들어 농가마다 CCTV 등 방범 시설을 대폭 늘렸다. 24시간 촬영은 물론, 야간 적외선 촬영까지 가능한 설비도 등장했다. 농로 곳곳에는 ‘CCTV 촬영 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나붙었다.

진주시의 한 딸기 하우스. 입구 쪽에 CCTV와 이를 알리는 팻말이 설치됐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의 한 딸기 하우스. 입구 쪽에 CCTV와 이를 알리는 팻말이 설치됐다. 김현우 기자

진주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조모 씨는 “야간도 야간이지만 농촌에 사람이 없다 보니 낮에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도매상에게 넘기기 위해 하우스 앞에 딸기 상자를 놔두는데 훔쳐 간다. CCTV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이처럼 눈에 불을 켜고 딸기 도난에 대비하는 이유는 올해도 금딸기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가락시장 기준 설향 품종 딸기 특품 2kg 경매 가격은 5만 4000원에 달한다. 금딸기라는 말이 나왔던 지난해 경매가격보다 7~8000원 더 높다. 특히 금실 품종 가격은 올해 평균 6~7만 원에, 10만 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딸기는 겨울철에는 생산 단가는 높지만, 생산량은 많지 않아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이후 봄이 되면 생산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다. 이렇다 보니 딸기 가격은 보통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지나 설 명절 전까지 비싸게 형성되고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형태를 띤다.

산청경찰서는 10일부터 신안면 자율방범대와 일대 딸기하우스 민·관 합동 순찰에 들어갔다. 산청경찰서 제공 산청경찰서는 10일부터 신안면 자율방범대와 일대 딸기하우스 민·관 합동 순찰에 들어갔다. 산청경찰서 제공

올해는 특히 가을 폭염 탓에 딸기 정식이 늦어지고 생육도 원활하지 않아 출하 초기 딸기 가격이 더욱 높게 형성됐는데, 이 때문에 농민들로선 딸기 절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딸기값이 가장 비쌀 때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서는 한 50대가 딸기 100kg, 시가 194만 원어치 상당을 훔쳐 유흥주점에 파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1월에는 전남 강진군 강진읍과 서산리 딸기 농가에서 200만 원어치 딸기가 도난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역대급 금딸기가 예고되는 올해 작기 역시 마찬가지다. 출하를 한 달 정도 앞둔 10월,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딸기 모종 4000여 주를 뿌리째 도둑맞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신고되지 않는 소규모 절도는 비일비재하다.

전주환 케이베리(K-BERRY·딸기 수출통합조직) 감사는 “딸기 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농가들 마다 절도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규모가 큰 농가는 CCTV를 설치했지만 소농가는 그것도 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 변화 속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었는데 도둑질 당하면 참담한 심정일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물론 경찰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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