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최북은 사라져도 ‘풍설야귀인’은 남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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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행/김문홍

극작가이면서 동화작가로 활동하며 연극비평 등 다방면의 글쓰기를 해 온 김문홍 소설가가 여섯 번째 소설집을 냈다. 1976년 중편소설로 등단해 48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소설가로서 과작이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한 우물만 파야 하는데 희곡, 동화, 연극평론 등을 들락날락하며 참 무던히도 많이 집적거린 탓이라고 미안해한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자신은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즐거웠으니 그런대로 인생은 잘 지내 온 것 같다는 대목에서 인생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소설집 <설야행>에는 그동안 써 두었던 단편 7편과 새로 쓴 중편을 묶어서 실었다. 표제작 ‘설야행(雪夜行)’은 ‘조선의 반 고흐’라고 불리는 괴짜 화가 최북의 이야기다. 최북은 만취해 얼어 죽었지만, 그가 그린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은 살아남았다. ‘이옥’은 희곡으로 써서 공연했던 것을 소설이란 새로운 형식으로 선을 보인다. 단편인 ‘눈길’, ‘개망초꽃’, ‘달밤’은 동화로 발표했다가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겁고 심각해 보여 이번에 소설로 다시 탄생시켰다. 중편 ‘사초’는 대체 역사에 판타지를 버무려 새롭게 쓴 작품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바르게 기록한다는 뜻의 ‘동호직필’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복 문학평론가는 “이번 소설집에는 그의 생애를 결산하는 듯한 내용의 소설이 실렸다. 대부분 작품이 예술가들의 삶을 소재로 그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 재작년에는 여섯 번째 창작희곡집을 낸 뒤 ‘희곡 고별 북 콘서트’로 이별식을 했다. 또다시 ‘소설아, 그동안 미안했어’라는 이름의 조촐한 이별식을 생각하고 있단다. 김문홍 지음/신생/288쪽/1만 5000원.


<설야행> 표지. <설야행>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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