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 30년… 실효적 지역균형발전의 원년으로
낡은 체제 결별하고 새 시대 시작할 때
중앙집권 권력구조 지방분권 전환해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뱀 모양의 새해 조형물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맞는 새해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도 수습되지 않아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비상시국이다. 정치적 혼돈은 지속되고 경제적 불확실성도 갈수록 고조돼 국가 명운이 백척간두다. 그래도 새해는 새해다. 지난해의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한다. 푸른 뱀의 해, 과거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 삶을 사는 지혜로운 뱀처럼 낡은 국가 체제를 혁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마침 2025년은 지방자치 30년을 맞는 해다.
지난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이어진 탄핵 정국은 역설적으로 옛 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음을 각인시켰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대결과 증오의 정치로 점철된 ‘87년 체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합하고 국가 미래를 열어가야 할 정치는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진원지가 된 지 오래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쟁만 일삼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새해 국가적 당면 과제는 헌정 질서를 회복시키고 하루빨리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다. 그 위에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앙집권적 폐습을 청산하고 지방시대를 여는 일이다.
올해로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진정한 지방시대는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권한 분산, 자주 재정, 주민 참여는 실질적 지방자치를 논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부산일보〉가 전현직 기초지자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주민 자치에서 일부 긍정적 평가가 있었을 뿐 전반적 지방자치는 낙제를 면치 못했다. 권한과 재정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쏠려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 3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쏠림과 지역소멸은 가속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위협 요소가 됐다. 균형발전이 단순히 지역을 살리는 문제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부산은 새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의 오랜 염원이던 가덕신공항이 첫 삽을 뜨는 등 백년대계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문현금융단지·북항 일대 금융기회발전특구 지정으로 금융산업이 전환기를 맞는 가운데 부산디지털거래소도 본격 운영된다. 그러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산업은행 이전,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여전히 해묵은 현안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큰 틀에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지방분권형으로 바꾸는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시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지방선거를 앞둬 국가 권력체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이 지방시대 개막을 이끄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