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디자이너들은 시국 선언도 “예술이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63명
65년 현대사 시국 선언 분석
디자인 포스터 작품 내놓아
민주주의 가치 시각화 시도
임민재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진달래&박우혁 작가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1960년 4·19 혁명부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국민의 목소리 ‘시국선언’이 시각적인 이미지로 변신했다. 현업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 63명(팀)이 ‘시대 정신 디자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뭉친 것.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에 발표된 시국 선언문을 기반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해 권력의 남용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63개 그룹의 디자이너들은 지난 10일부터 인스타그램 등 각자의 SNS에 저마다 작업물을 순차적으로 올리고 있다. 각 작품들은 ‘#시대정신프로젝트’, ‘#시국선언포스터’와 같은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24일에는 모든 작품을 한곳에서 모아 주요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대 정신’ 웹사이트(manifesto.ing)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후 기획하게 됐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근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부터 최정상급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1960년 4·19 민주화 운동 이후 65년간 발표된 220여 건의 주요 시국선언을 아카이브 했다. 디자이너들은 정리된 시국선언 중 본인이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선택해, 한 달간 이를 포스터나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과거 시국선언문에 담긴 문구나 단어가 주는 교훈이 지금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각적 발언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시 정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의 시국선언’이기도 하다.
권준호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오이뮤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문장현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조아영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신명섭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안병학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이 프로젝트의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현장 전시도 마련된다. 오는 2월 24일부터 3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리얼레이션 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 대관과 전시물 제작에 필요한 재료, 전시장 시공, 폰트 사용, 도록 제작 등은 분야별 최고의 전문 기업들이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해 앞장서서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일상의실천 관계자는 “우리는 불과 8년 전 탄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다시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혼란 속에 있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에서 얻은 교훈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국 선언문을 다시 소환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오늘날 디자이너가 사회에 발언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 결과물이자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대정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포스터. 일상의실천 제공
전채리 작가의 작품. 일상의실천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