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욕에 사는 ‘부산 작가’의 활약 기대해 주세요” 재미 작가 키미 킴
미국·영국에서 20년 넘게 개인전
3년 전 한국서 첫 전시 큰 관심
도자기로 사람들 소유 욕망 표현
“뉴욕서 고향 부산 생각하며 버텨”
“미국과 영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과 전시를 했죠. 20년은 넘은 것 같아요. 미국에선 유명한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하며 10년간 꾸준히 거기서 개인전을 했습니다. 미국의 프리미엄 백화점인 뉴욕 버그도프굿맨에서 열린 특별전은 정말 인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정작 고향 부산의 가족들은 제 전시를 보지 못한 거죠. 그제야 대한민국에서도, 특히 고향 부산에서 전시를 통해 내 작품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 작가로 미국 뉴욕과 한국 부산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 중인 키미 킴 작가. 3년 전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마레에서 한국 첫 전시를 열며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킴 작가는 도자기로 사람들이 선호하고 갖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다. 대표작 시리즈인 도자기 샤넬 백은 인기가 많다. 특유의 엠보싱 이미지를 살려낸 ‘도자기 샤넬 백’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액체 금에 담가 번쩍거리게 만들거나, 표백제에 담가 빈티지한 느낌을 내기도 한다. 수묵화 붓 터치를 더하고 자개 가루를 덧붙여 한국적 느낌을 살린 것도 있다. 아들이 그린 그림을 샤넬 백에 넣기도 했다. 부러지거나 일그러진 샤넬 백 시리즈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 찌그러뜨리거나 손잡이가 빠진 샤넬 백은 가지지 못한 욕망을 보여준다. 한국에선 예쁜 샤넬 백을 선호해 아직 못난 샤넬 백 시리즈는 보여주지 않았다. 가방 손잡이도 일일이 작가가 스와로브스키 진주 혹은 구슬을 연결해 직접 만든다.
“한국에서 대학을 2번이나 다녔어요. 처음에는 섬유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칠공예를 배웠고 두 번째는 도자기를 공부했죠. 그리고 영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세인트마틴대학에서 도자기를 좀 더 폭넓게 배웠습니다. 모든 공예를 다 배운 덕분에 작품에 다양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제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이 모두 들어있다는 말도 이런 이유입니다.”
예술 창작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한 레고 시리즈와 바다 속 해초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웨이브 시리즈도 작가의 대표작들이다. 특히 웨이브 시리즈는 페이퍼클레이 반죽을 뜯어서 밀대로 밀고, 하나하나 손으로 붙여서 모양을 만들고, 작품을 구울 때 불의 움직임이 더해져 바닷속 생명체를 떠올리게 한다.
부산 첫 전시에서 힘을 얻어 이후 매년 한국을 방문해 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부산 전시는 꼭 챙기는 편이다. 2024년은 한국에서 네 달이나 머물며 작품 제작에 매달렸다. 부산 리빈 갤러리, 서울 유디치과 갤러리, 서울 아틀리에 키마 등 전시가 이어졌고 여러 페어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를 본 기획자들의 연락이 쏟아져 당장 4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전시가 확정됐다. 두세 개 정도 갤러리와도 계속 협의 중이다. 중국 대형 레지던시 초청도 받아 올해는 중국에서 작업할 기회도 얻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와 협업 제안도 받았는데 계약때문에 아직은 공개할 수 없다고한다.
“50대에 접어들며 이젠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외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지만 여전히 저는 부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작가, 부산 여자의 정체성은 미국 뉴욕에서 저를 버티게 합니다. 고향을 생각하면 애틋합니다.”
신년을 가족과 보내기 위해 지난달 31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기 전날까지 한국 작업실에서 가마불을 키웠다. 뉴욕에 사는 부산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