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호텔 사건’ 공무원, 주점 접대받고 무자격업체에 사업 맡겼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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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앞두고 유흥주점서 접대 받아
정족수 미충족…심의 후 시행사 결정
해임·정직 등 8명 징계…변상 조치도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부지 모습. 시행사 대표가 거액의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김현우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부지 모습. 시행사 대표가 거액의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김현우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먹튀 사건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이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고 사업 수행 자격이 없는 업체에 사업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관련 군 직원에 대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14일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천군 영상테마파크 호텔 신축 사업 담당 직원 3명은 최종 전자입찰 전날인 2020년 5월 7일 한 유흥주점에서 시행사 대표 A 씨를 만나 330만 원 상당의 술과 식사 등을 대접받았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직원 중 2명은 이외에도 추가로 금품 등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5월 13일 해당 시행사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은 업체의 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해 줬으며,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참여 업체 2곳의 담합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또한, 자격요건이 안 되는 심의위원들이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시행자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천군은 이 사업과 관련해 지방재정법상 정해진 타당성 조사나 투자심사도 받지 않았다. 지방재정법 제37조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예산 외의 의무 부담’을 하는 경우 투자심사와 행안부 타당성 조사 등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규정을 어긴 셈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모형. 당시 담당자들은 사업 시행자 선정 과정에서 업체의 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해 줬으며,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참여 업체 2곳의 담합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김현우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모형. 당시 담당자들은 사업 시행자 선정 과정에서 업체의 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해 줬으며,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참여 업체 2곳의 담합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김현우 기자

여기에 군의 귀책 사유가 없어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실시협약을 변경하면서 사업 시행자와 사업비 집행에 대한 관리·통제는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부서 팀장과 과장은 법률 자문을 통해 손해배상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군수에게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군은 향후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자의 대출 원리금 약 278억 원에 대한 부채를 부담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밖에 군은 군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비 190억 원을 무단 증액했으며, 사업시행자에 대한 사업 이행보증 의무를 면제해 줌으로써 사업 중단 시 보전받을 수 있었던 29억 50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이에 감사원은 관련된 직원 8명 중 해임 2명, 정직 2명 등 4명에 대한 중징계를 군에 요청했다. 또 나머지 4명 가운데 1명은 경징계, 3명은 주의로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이밖에 군에 실제로 발생한 재정적 손해 29억 5000만 원에 대해서는 관련자 3명이 변상하도록 조치했으며, 행정안전부에는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받지 않고 추진한 사업에 대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시행사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군 직원과 민간사업자 대표 등에 대해서는 경남경찰청에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따른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18일 합천군이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과 관련, 손해배상 및 연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오자 김윤철 합천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군민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난해 11월 18일 합천군이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과 관련, 손해배상 및 연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오자 김윤철 합천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군민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관계 법령 등에 근거해 관련 절차 진행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직원역량 강화 교육과 복무 기강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들이 염려하는 PF 대출금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해 군의 재정적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합천 호텔 사건은 군이 영상테마파크 부지에 민간 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시행사 40억 원)으로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려고 추진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2023년 4월, 민간 시행사 대표가 수백억 원의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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