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류의 중심에 'K난방'이 있다
정량부 전 동의대 총장
우리 문화가 점점 더 세계로 나아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는 물론 K조선에 이어, 최근 K방산까지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그러나 K난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한류 대부분이 원래 그들의 것이었던데 비해, K난방은 세계 유일한 우리의 것이어서 더욱 자랑스러운 일인데도 말이다.
K난방은 우리의 전통 온돌이 기원이다. ‘Ondol’(온돌)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에도 ‘한국의 난방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 남부 크로우노프카에서 그 유적이 발굴되면서, 기원전 4세기부터 우리 조상들이 그곳에 진출하고 있었음도 밝혀졌다. 온돌은 불이 ‘부넘기’ ‘방고래’ ‘개자리’를 통과하는 동안, 데워진 구들장으로 방을 데우는 바닥 난방 방법이다.
차츰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온돌은 여름에 애용하던 마루와 함께 한옥의 기본 공간이 되어, 지금도 우리의 아파트에 존재하고 있다. 요즘 온돌은 더운물을 순환시켜, 전통 온돌이나 공기 난방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두한족열(頭寒足熱)에도 맞는 난방 방법이다. 바닥이 따뜻해 사람을 모이게 하고, 맘을 열게 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 시스템이다. 외국인이 우리의 찜질방에 혹하는 이유도, 이런 새로운 경험 때문이다.
온돌은 열원이 전기나 도시가스로 바뀌면서 공기 난방에 비해 40% 정도 에너지가 절약된다. 바닥 파이프도 스틸에서 PVC로 바뀌고 이제는 보온재와 함께 시스템화돼 시공도 간편해졌다. 바닥 파이프에 찬물을 회전시키면 냉방도 가능하다. 내가 가본 덴마크 국립오페라하우스도 이미 이 시스템을 채택한 지 오래다.
서양의 공기 난방은 실내를 덥히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열효율이 낮고, 비위생적이고 공기가 건조해 온돌방의 쾌적함을 따라올 수 없다. 앞서가는 문화로 여겨졌던 의자식 생활도, 사실은 바닥이 차, 침대에 누워야 하고 의자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공기 난방은 화로나 보일러가 있어야 하고, 먼 곳에는 방열기를 두어야 해 공간 효율도 떨어진다.
눈이 매워 연기를 빼내면 열기가 날아가고, 빠져나온 연기는 도시의 매연이 되어 시민 건강에도 해롭다. 공기 난방은 20% 정도만 실내에 잔류하고 빠져나가는 열기를 계속 유지해야 하니, 종일 음침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북유럽에서, 난방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실내가 추우니 침대에 들기 전에, 뚜껑 달린 넓적한 인두로 이불 속을 데우고 난 뒤에야 입침하였고, 호화로운 베르사유 궁전에도 벽난로가 있었지만, 추워서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온돌은 장작불로 구들을 데우는 방법이어서, 건물을 다층화할 수 없었던 단점이 있었다. 우리의 전통 주택이 모두 단층이고, 서양의 도시주택이 다층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결국 단층 위주였던 우리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되었고, 건물의 층수가 높았던 서구는, 그 축적된 에너지로 세계를 앞서가는 문명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온수 온돌로 아파트를 초고층화하고, 그 축적되는 도시의 에너지가, 세계적인 한류들을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요즈음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K난방을 사용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K난방이 부의 상징이 되고, 유럽에서는 신축 건물의 50%가 K난방을 원하며, 덴마크에서는 최근 지어진 건물의 80%가 K난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에선 K난방이 류마티스 관절염, 허리통증을 낫게 하는 메디칼 시스템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밖에서 신던 신발을 집안에서 싣는 것이 비위생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요즘은 신발 벗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순서는 자연스럽게 K난방이 될 터이다. 전 세계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우리의 온돌, K난방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