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상에서 축제까지, 친환경 ‘용기’ 내 봐요” 권아은 부산재사용문화실천협회장
부산 기업 10곳 ‘친환경 실천’
일회용품 없는 축제·행사 목표
제대로 된 ‘재사용 교육’도 주력
부산재사용문화실천협회 회장을 맡은 권아은 대표가 부산 연제구 제로웨이스트숍 둥근네모에서 협회 운영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집에서는 일회용품을 잘 안 쓰잖아요? 그런데 축제나 행사장에 가면 몇 달 치 쓸 걸 하루에 다 쓰게 돼요. 문화를 바꿔 나가야죠.”
지난달 ‘부산재사용문화실천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제로메이커스 권아은 대표가 회장을 맡았고, (주)둥근네모 홍석희 대표가 사무국장을 맡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권 대표는 “기후위기와 폐기물 문제 해결에 지역 기업도 나서자는 공감에서 협회를 설립했다”며 “부산의 다양한 친환경 기업이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업체 ‘제로메이커스’와 연제구 제로웨이스트숍 ‘둥근네모’, 수영구 제로웨이스트숍 ‘심플리파이’, 친환경 조화를 개발하고 환경교육을 제공하는 ‘(주)하라하리’, 폐목재 재활용 친환경 부스를 제작·대여하는 ‘옐로우킹콩’, 재활용품을 수출하는 ‘(주)리본’, 연제어울마당협동조합, 문화예술 기획사 ‘번뜩번뜩’, 공연 기획사 ‘문화예술 올타’, 디자인 회사 ‘A.M.C’ 등 현재까지 총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6년간 일했던 권 대표는 지난해 8월 창업했다. 권 대표는 “행정과 문화기획 쪽에 기반을 두고 있던 중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가 잘 아는 영역에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공략한 분야는 축제와 문화행사였어요. ‘문화’ 요소가 들어가면 사람들의 마음이 좀 빨리 움직이더라고요. 단순히 다회용기를 대여해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행사 전반에서 ‘재사용’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권 대표는 친환경 실천 분야에서 부산이 다른 지역보다 ‘늦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폐기물 관리조례를 개정하고,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서울의 자치구들도 일회용품 없는 축제에 동참하고 있다. 권 대표는 “부산은 관광과 마이스가 핵심 산업이라 음식이 빠질 수가 없다”며 “다회용기 사업은 이미 전국 행사들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부산은 아직 관심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류박람회 등 부산에서 열린 행사 6곳에 참여했던 권 대표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주로 푸드존에 다회용기를 비치해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에 일회용품과 다회용기가 혼재돼 있다 보니 시민들이 혼란을 겪더라고요. 다회용기를 접해 보지 않아서 그냥 버리는 분들도 많았고요.”
부산의 소규모 행사에서는 조금씩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 대표는 “다회용기 200~300개를 빌리는 행사들이 늘고 있다”며 “예산이 작은 행사들은 사실 일회용품을 쓰는 게 훨씬 저렴하지만 친환경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시민들의 요구가 생기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거든요. 시민이 바뀌는 게 훨씬 더 빨라요. 여러 지자체가 장례식장과 야구장에서 일회용품을 퇴출하고 있어요. 부산도 좀 더 관심을 두고 ‘재사용’ 권장을 많이 해줬으면 합니다.”
협회 운영의 큰 틀은 행사 기획과 교육, 두 가지다. 권 대표는 “협회를 점차 확장해 협회가 가진 인프라로 친환경 문화 행사를 여는 게 목표”라며 “문화·공연 기획사도 협회에 참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협회를 구성하면서 여성 대표를 많이 모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기관에서 일하면서 느낀 게, 문화 기획하는 분은 여성이 많은데 부산에서는 일할 곳이 없다는 겁니다. 계약직으로 부산에서 몇 년 일하다가 결국 서울로 가는 악순환이 이어지더라고요. 여성 인력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사업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권 대표는 마지막으로 “환경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학교나 기업에서 환경·생태 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진짜 환경을 위한 수업’인지 짚어 봐야 한다고 했다. “친환경의 핵심은 ‘친환경 재료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걸 잘 사용하는 ‘재사용’입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고 그걸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부분 만들기 활동에 그쳐요. 환경교육용 만들기 키트 자체가 또 하나의 쓰레기가 되어선 안 되죠. 일상생활에서 재사용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