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중국이냐 고민 말고, 브랜드 파워 키워라"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부산무역협회 특강 앞서 인터뷰
지역기업, 글로벌 랩 전략 세워야
고객사 다변화로 판로 확대 필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안유화(가운데) 원장이 17일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의 특강을 앞두고 16일 부산일보사를 찾았다.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 이수태(오른쪽) 회장과 한국무역협회 권도겸 본부장이 함께 자리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역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동반 기업을 키우고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랩 전략을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안유화 원장은 AI 시대를 맞아 디지털 데이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안 원장은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중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금융협력 연구와 자문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다. 17일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의 특강 ‘트럼프 2.0시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책’ 진행에 앞서 16일 부산일보사를 찾았다.
■국적·인종 구애 없이 인재 영입
안 원장은 양적 성장에 치중하던 중국이 코로나19를 즈음해 부동산 쏠림 정책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휴대폰, 가전 등 중국의 수출 품목이 한국과 상당수 겹치게 된 것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질적 성장까지 이루면서 가치사슬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 데 반해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실정이다.
세계 경제에서 영원한 동맹국은 없다는 안 원장은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각국이 자국 중심주의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국민, 정부가 하나가 돼 1등 기업을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의 키워드 중 하나인 양자컴퓨팅과 AI의 경우 한국이 대체적으로 소외됐다고 지적한 안 원장은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할 신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인재 확보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제조업 강국 부활을 위해 세계 공장을 끌어들이려는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라 한국 공장도 미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중국을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고 했다. 안 원장은 “자국이 우선인 국제관계상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고민할 게 아니라 한국이 대체 불가한 브랜드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한국을 지키는 것은 기술경쟁력인 만큼 국적, 인종, 종교, 성별 등에 구애받지 말고 편견 없이 인재를 끌어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기업, 글로벌 랩 전략 세워야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1~3차 협력사가 많은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고객사 다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력사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한국 등의 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협력사로 출발해 중국 시장을 적극 개척한 HL만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한 안 원장은 “지역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벤처 투자를 확대해 스타트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다”며 “자동차 협력사라면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으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플랜 B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랩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 국민은 5000만 명에 그치지만 페이스북 이용자는 30억 명에 이르고 왓츠앱·유튜브(각각 27억 명), 인스타그램(25억 명) 등 그야말로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글로벌 시장이 온라인에서 활황을 이룬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매출에 ‘0’이 하나 더 붙을 것이라는 안 원장은 “AI시대를 맞아 추천 알고리즘 의존도가 더욱 강화되는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틱톡 등을 대상으로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면 지역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기업인 한자리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는 17일 오전 6시 50분 부산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부산 기업인 120여 명과 함께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안 원장의 특강을 통해 지역 기업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진다.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 이수태 회장은 “대내외 정치 리스크와 내수부진 등이 겹쳐 올해도 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새 활로를 찾아낼 것”이라며 “특강을 계기로 부산 기업들이 국제적 흐름에 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 지원책을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권도겸 본부장은 “부울경의 자동차·조선·기계 제조 역량과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풀기 어려운 이슈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협회의 민간통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