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들 1년 새 12%↑…노년층 구직단념자도 21% 급증
계엄·내수 침체에 연말 청년고용지표 악화
근무 시간 적어 추가취업 가능자 37.4% 급증
작년 '60세 이상' 구직단념도 10만 7000명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와 내수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들이 1년 전보다 12%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중 근무 시간이 적어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 취업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일자리 훈풍을 타고 감소세를 이어오던 고령층의 구직단념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다시 10만 명대로 올라섰다.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주도하는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도 정작 이들도 마땅한 일거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2월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 1000명으로 1년 전(36만 6000명)보다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전체 인구가 830만 6000명에서 805만 5000명으로 3.0%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눈에 띄는 증가 폭이다.
‘쉬었음’ 인구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12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48만 5000명에서 2021년 40만 9000명, 2022년 40만 6000명, 2023년 36만 6000명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다.
연간 지표로 봐도 청년층 ‘쉬었음’은 지난해 42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1000명 늘었다. 2020년(44만 8000명)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의 기저효과에 힘입은 '고용 훈풍'이 점차 사라지고, 경기 회복세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청년 고용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는 흐름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파 등 내수 악재 요인이 겹치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진 것도 12월 고용 지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더 많이 일하길 원하는 '불완전 취업' 상태인 청년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층의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수는 13만 3000명이었다. 9만 7000명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37.4%(3만 6000명) 급증했다. 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65.4%) 이후 첫 증가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주당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조사에서 '현재 하는 일의 시간을 늘리고 싶다', '현재 하는 일 이외의 다른 일도 하고 싶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는 일(직장)로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임시 또는 단기일자리가 많아 '불완전 취업자'로도 불린다.
정규직 등 안정된 일자리가 한정된 상황에서 취업에 실패하거나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청년들이 생계 등을 이유로 단시간 일자리에 뛰어드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자리 정보를 알아보고 있는 노인. 연합뉴스
한편,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10만 6681명으로 전년보다 21.3%(1만 8698명) 증가했다. 세부 연령대별로는 60~64세에서 3만 5509명으로 가장 많았고 65~69세 2만 9748명, 75세 이상 2만 2291명, 70~74세 1만 9131명 순이었다.
코로나 충격이 잦아들고 고령층 채용이 늘면서 2021년 15만 6377명, 2022년 12만 2698명, 2023년 8만 7983명으로 꾸준히 줄던 흐름에서 반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최근 1년내 구직경험이 있는 이들로,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과 함께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볼 수 있다. 다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큰 틀에서는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찾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15만 9000명 증가한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26만 6000명 급증했다. 20·30세대 청년층과 중년층의 일자리는 10만 명 이상 줄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