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구속’ 직후 개헌론 띄우는 여…동력 얻을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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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비대위원장 “대통령제 문제, 대통령 대부분 불행”
조만간 개헌특위 구성 방침…조기 대선 대비 본격 개헌 띄위기
탄핵 이후 여야 막론 개헌 공감대는 광범위하나 동력은 아직
차기 권력 근접한 이재명 ‘결단’에 달렸지만, 아직 ‘무반응’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직후 ‘개헌론’을 띄우며 조기 대선을 대비한 국면 전환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이후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개헌론은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며 “조만간 (당 차원의)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런 제도를 고친 뒤에 대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는)진작부터 해왔다”면서 “야당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국회의장은 개헌에 적극적인데 야당 의원들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이제 개헌을 논의합시다’라는 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와 관련, “한 지도자의 무모함으로 온 국민이 허탈감과 참담함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아침”이라며 “지도자 리스크로 인한 혼란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나라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거대 야당의 압도적인 힘을 정치인 1인의 생존본능을 위해 휘둘러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나라의 아침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며 이 대표 측를 겨냥하면서 민주당의 적극적인 개헌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앞서 여야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사랑하는 원로 모임’ 역시 지난 14일 간담회에서 “대통령제와 같은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함께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개헌론이 오랜 기간 여야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음에도 매번 불발된 이유 역시 구조적인 문제가 놓여있다. 권력구조 개헌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현재 권력’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미래 권력’의 수용이 있어야 하는데, 권력의 속성상 두 요소가 ‘불일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차기 권력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민주당 이 대표는 4년 전 자신의 대통령 중임제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개헌 논의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여권의 개헌 목소리에 대해 조기 대선 판을 흔들려는 정략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현행 대통령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계와 학계, 시민사회까지 확산하고 있는 데다, 이 대표도 ‘재판 리스크’ 등으로 중도층 지지를 얻는데 한계를 보이는 만큼, 개헌 승부수를 던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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