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 산업의 미래
이봉재 (주)이화기술단 대표이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축토구목(築土構木)’에 의해 생존·번성해 왔다. 인류 번영을 가져온 농업혁명, 산업혁명, ICT혁명 등은 자연에서 자원이나 에너지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건설기술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가보지 못한 땅으로 인도하는 길,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다리, 산으로 잠입하는 터널, 외국으로 떠나는 선박과 항공기를 위한 항만·공항, 위험을 넘어 안심을 가져다주는 하천제방이나 방파제,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전기나 정보통신, 사람이 사용한 오수나 생활쓰레기 처리 시설 등은 사회간접자본으로 통칭된다. 이러한 시설들이 건설 산업에 의해 갖춰져 있기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1980년대 건설된 사회기반시설이 대부분 30년이 지나 노후화되어가는 시점에서 건설 산업이 현재와 같이 위축되어 간다면 SOC 유지보수와 대체 신규 건설 수요를 감당할 건설 기술 인력과 산업생태계가 사라질 수 있다. 통계청이 2024년 12월 17일 발표한 2023년 건설업 조사에 따르면 건설 산업은 매출액 506조 7000억 원, 건설사 8만 7891개사에 종사자 181만 명에 이르는 국가기간산업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한해 폐업 건설업체 수는 총 3387곳에 달했다. 부도 건설업체수도 30곳을 넘어서며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재비 상승, 인건비 인상, 시공 지연 등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이 51.2세로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 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산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이다.
건설 산업이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근로 여건, 연봉, 워라밸, 조직문화, 근무 공간 및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미래 건설 산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이 통합되어 건설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시간 모니터링 및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대중화되면서 시공기간이 단축되고 품질이 향상될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재료와 에너지 효율적인 설계가 강조되며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하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되고 작업자의 교육 및 안전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어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건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 젊은 인력이 선호하는 직장이 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유지에 대해 정부가 굳건한 정책 리더십을 보여주고, 산·학·연 단체가 모두 협력해 건설 산업의 글로벌화, 스마트시티 개발 촉진, 품질 중심의 건설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각 대학에서 폐지되는 건설 관련 학과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건설 산업 단체가 협력해 장학기금을 조성함으로써 우수 건설 인재를 길러내는 밑거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건설 자재의 가격 안정화와 청년 인력 확보를 통해 건설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안락한 지구환경을 조성하는 미래 건설 기술은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전승 발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