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 인스타그램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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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인스타그램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최근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용자 개인의 프로필에 표시되는 피드(feed)의 사진 비율이 변경됐다. 기존 1 대 1 정사각형 형태가 아닌 세로가 긴 3 대 4 직사각형 꼴을 선택한 것인데,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벌여온 기업이나 단체 관계자, 사진 작가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업로드된 사진의 형태가 비율 변경으로 인위적으로 잘린 채 소비자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좌우로 사진이 이어진 모자이크 형태로 피드를 꾸며온 연예기획사 SNS 관계자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비율이 변경돼 가로 한 줄에 배치되는 사진 3장이 각각 양 끝이 잘려진 것처럼 연결되면서, 신체 일부분이 잘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 연예인들도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었다. 사람 얼굴이 인쇄된 전단지나 지폐를 접는 장난을 치면 평범하던 표정도 마치 울거나 음흉하게 웃는 것처럼 변하듯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의 인상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생겼다. 한 보이그룹 멤버는 원래 5명이던 단체 사진이 업데이트 이후 '별안간 3인조'가 됐다면서 다른 플랫폼에 이를 올려 자조했다. 이후 기획사마다 사진을 삭제하거나 새롭게 올리며 업데이트에 대응하는 모양이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피해자 리스트'가 이미 유머로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이같은 개편은 약 20억 명의 전체 이용자가 아닌 일부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하지만 서비스 지역까지 구분한 것은 아니었기에 전 세계 이용자들의 각종 불만도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측은 지난해 8월부터 "개편된 레이아웃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정사각형 이미지에서 직사각형 사진을 통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언젠가는 전환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지만 불만을 잠재우기는 모자란 듯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같은 업데이트를 단행한 배경에는 미국 내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한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반사 효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미국 연방 의회는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법을 제정했다.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미국 내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지난 19일부로 틱톡 신규 다운로드 등을 금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영문명 레드노트·Red note)를 비롯한 다른 대체 앱들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에 비해 인스타그램의 다운로드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자 인스타그램은 틱톡 매각 법적 시한(19일)을 앞두고 사진 비율 변경에 이어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의 영상 길이도 늘였다. CNN은 이를 두고 틱톡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첫 임기 때 틱톡을 금지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퇴출 반대로 돌아섰고, 2기 취임식 직후 틱톡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직사각형을 택한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결과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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