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그래도 계획을 북돋우는 그림이 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경 캔버스에 유채, 94.8×74.8cm, 독일 함부르크미술관 소장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경 캔버스에 유채, 94.8×74.8cm, 독일 함부르크미술관 소장

새해를 맞이하여 계획을 세우거나, 세우려고 하는 게 보통이다. 대개 작심삼일이 될 거라고 알지만 그래도 계획은 야무지게 세워야 한다. 마음에 지는 몸으로는 아주 작은 일도 성공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마음과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몸이 ‘반복하는 힘’을 각성하게 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는 마음이 들도록, 새해가 아니어도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투지와 의지를 생각하면 꼭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그렇게 널리 알려지진 않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가 그린 제목도 생소한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작품이다. 그저 바위 아래부터 저 멀리 높은 봉우리까지 안개가 피어나는 장면을 바라보는 남자 뒷모습을 그린 것이 다인 그림이다. 그런데도 의지, 새로운 계획 이런 생각을 하면 이 그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생전에 이름이 조금 알려져 있었으나, 그의 작품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잊히다가 1930년대에 독일 나치의 문화당국자가 프리드리히 작품을 국수주의적 특징을 구현한 모범사례로 선전하면서 떠올랐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동안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자들보다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이상하게 일반인에게 인기가 높아 포스터나 티셔츠, 머그잔 등에 인쇄되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드리히의 여러 작품 중에서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인물 뒷모습이 화면 중심에 자리하는 기법(독일어로 Rückenfigur(뤼켄피구어)라고 부르고 ‘후면-상’이라는 뜻이다)을 사용해 감상자들의 시선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점이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또 직접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그런 상황을 상상하고 예단하는 것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는 들어 있다. 스스로 하게 만드는 힘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이렇게 만드는 작은 요인 하나는 화면 속 소실점이 인물의 눈길이 멈춘 곳과 겹쳐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절과 상황이 2025년 새해 시작을 그리 낙관적인 마음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그래도 비록 독일 낭만주의 시대 작가인 프리드리히의 그림이지만 이 그림이 가지는 의미를 깊이 이해하여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려움이 닥치면, 모두의 지혜로 헤쳐 나갔던 힘을 가진 우리이기에 이번에도 극복할 것이라 믿는 마음이 생긴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