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평통 거제시협의회 장동석 상임위원 “거제에 ‘북한 통일타운’ 만드는 게 마지막 임무”
탈북민 돕기 헌신 ‘동백장’ 수상
적십자사와 손잡고 의료 지원
2세 교육과 돌봄정책도 제안
“남부관광단지에 북한 음식 거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거제시협의회 장동석 상임위원은 탈북민이 이웃과 동화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을 준비 중이다.
“어디서든 큰일이고 작은 일이고 열심히 해서 어딘가에 보탬이 되는 게 인생 목표입니다.”
지난 연말 지역에 정착한 탈북민 지원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거제시협의회 장동석(65) 상임위원 좌우명은 ‘뭐든지 최선을 다하자’다.
“한번 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뭐든 맡으면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 모두를 쏟아붓죠. 그렇게 봉사하다 보니 이렇게 큰 결실로 돌아오네요.”
누구보다 거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사실 장 위원은 이 지역 출신이 아니다. 나고 자란 곳은 강원도 춘천이다. 선한 인상과 달리 타고난 강골 체질이라 어려서부터 안 해 본 운동이 없었다. 특히 무예에 심취했다. 태권도와 합기도, 특공무술까지 도합 공인 18단 유단자다. 젊은 시절에 이를 활용해 지도자로 활동했다. 한창땐 용산에 있는 미8군 부대에서 장병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 문뜩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무작정 지도를 펼쳐놓고 서울에서 먼 곳을 훑었어요. 눈에 들어온 게 부산, 남해 그리고 거제였죠. 처음엔 부산으로 갈까 했는데, 너무 번잡할 것 같아 접고 중간에 있는 거제로 왔어요. 그때가 벌써 25년 전이네요.”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낮선 곳에서 좌충우돌하다 봉사활동에 눈에 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순한 봉사가 주는 감상은 지금껏 그가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일생의 멘토도 만났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총재다.
“당시 의료봉사단장을 맡고 계셨어요. 같이 활동하면서 참 많이 배웠죠. 나도 평생 지역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분입니다.”
2007년부터 주변 권유로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러다 2021년 탈북민지원분과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다 열악한 탈북민 현실에 눈을 떴다. 이들과 첫 만남 이후 장 위원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잘 정착할까”가 됐다.
2024년도 자유민주평화통일 기반조성 유공자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거제시협의회 장동석 상임위원. 본인 제공
“대북정책에 있어 탈북민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나. 누군가를 만나면 제일 먼저 탈북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 거죠.”
마침 민주평통 의료봉사단 부단장을 겸하게 된 그는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의료 지원에 나섰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 5000여 명이다. 인맥을 총동원해 탈북민 누구나 무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기업과 민간단체 협력을 끌어내고 의료비 재정 지원도 확대했다.
작년 3월 북한이탈주민지원 특별위원에 선임된 이후엔 탈북민 2세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 마련에 집중했다. 우선 정부 지원 정책 사각지대 실태를 파악해 2세 교육과 돌봄 정책을 제안했다. 여기에 탈북민이 주변 이웃과 동화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협력 방안도 준비 중이다. 핵심은 ‘북한(North Korea) 통일타운’이다. 이미 밑그림은 그렸다. 착공을 앞둔 남부관광단지에 탈북민이 무상 입점할 수 있는 북한음식 전문 거리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타운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장 위원은 “오래도록 꿈꿔온 프로젝트다. 아마 거제에서 이뤄내야 할 마지막 임무가 될 듯 하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 실향민이 피난와 정착한 곳이 거제다. 한국에 정착한 실력 있는 북한 출신 명장, 명인들을 모셔 와 터를 잡고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