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尹 대면한 김용현 “비상입법기구 쪽지 내가 작성”
23일 탄핵심판 4번째 변론 출석
“국무위원 중 계엄 동의 있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신문하기도
공수처,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계엄 후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면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계엄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철수를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고, 김 전 장관은 소위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검찰에 송부하면서 3차례나 구인 시도를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한 점 등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4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직접 출석해 증인신문에 응했다. 핵심 의혹인 이른바 ‘최상목 쪽지’와 관련된 증언도 나왔다. 김 전 장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마련하라는) 쪽지는 내가 직접 작성했다”면서 “실무자를 통해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계엄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접촉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국무위원 중 비상계엄에 동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동의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제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모든 장관들이 다 계엄에 반대했고 저도 반대했다”고 했는데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또 김 전 장관은 국무총리,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에게도 계엄 관련 문건을 “한 장씩, 한 장씩” 작성해 줬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 내용이 담긴 ‘최상목 쪽지’ 문건 하단에 숫자 8이 적혔다는 언론 보도를 토대로 전체 문서 분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질문을 던졌는데, 김 전 장관이 여러 국무위원들에 각각 문건을 전달했다는 새로운 진술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진술 도중 내용을 정정하거나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신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며 “내가 철수 지시했다”고 밝혔다. 병력 이동 지시에 대해서는 “합법적”이라며 “실패한 계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공소제기 요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 권한이 없지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기소를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는 그동안 동안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헌정사상 처음 체포·구속영장을 집행하며 일종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한계점도 분명했다. 공수처는 세 차례나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사실상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