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로 닥친 트럼프 관세 폭탄 부울경 기업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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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출 기업 발주량 '뚝' 벌써 피해
동맹·FTA 대신 실질 대응책 마련해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발 통상·관세 전쟁의 불똥이 한국을 직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고도 되레 손해를 끼치는 나라로 한국을 특정했다. “한국이 미국에 비해 4배 높은 관세를 매긴다”며 불공정 무역 사례로 꼬집었다. 또 반도체 보조금 폐지까지 언급했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물론, 4일 단행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 추가 관세 조치로 이들 국가를 우회 경로로 활용한 대미 수출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대기업과 동반해 멕시코 등지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거나, 지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업들은 벌써 수출 물량이 감소해 망연자실한 상태다.

국제 통상 전쟁으로 판이 커진 미국 관세 압박에서 특히 지역 중소기업이 고전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장기적인 전망으로 멕시코 생산 기지의 미국 이전과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기의 경우 자금력과 판로의 한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멕시코에 자동차 부품 공장을 두고 미국 시장을 개척하던 A사는 통상 전쟁의 틈바구니에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된 전형적인 사례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에 힘입어 미국 시장을 확장하다 25% 관세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대기업처럼 미국 이전 여력도 없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부산 중기 B사는 지역에서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해 도요타자동차 멕시코 공장에 수출해 오다가 관세 복병을 만나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경우다. 도요타자동차 측이 관세 탓에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이다. 이 회사의 수출 실적은 매달 2억 5000만 원을 유지했지만 올들어 ‘제로(0)’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연간 발주량이 2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 공급망에 속한 납품사 중에는 대기업 판단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돌입하거나, 최악의 경우 관세 떠안기까지 고심하고 있다. 생존의 시간에 내몰린 것이다.

통상 전쟁에서 동맹의 가치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앞세운 안일한 대응은 금물이다. 미국은 오로지 국익을 앞세워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은 물론, 동맹이자 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관세 폭탄을 던지고 있다. 한국이 미 군함 건조·수리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기회를 잡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대미 수출 1·2위인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고전이 한국 경제에 미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공급망의 하단에 있는 부울경 기업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4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꼭 집어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생존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과 부산시와 상의 등의 지원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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