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전 여학교에서 울려퍼진 부산 첫 ‘대한독립만세’ 기념 행진 재개된다
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재개
학생·시민 900여 명 동구청까지
일대 도로 통제로 교통 혼잡 예상
부산·경남 독립 만세 운동의 효시로 꼽히는 부산진일신여학교 의거를 기념하는 행진이 6년 만에 재개된다. 사진은 2017년 열린 행진 장면. 부산 동구청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부산진일신여학교 의거’ 기념 만세 행진이 6년 만에 재개된다.
9일 부산 동구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부산 동구 좌천동 옛 부산진일신여학교 인근 부산노회회관 주차장에서 부산진일신여학교 의거(이하 의거) 기념식이 열린다. 의거는 1919년 3월 11일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펼친 독립 만세 시위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참석자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동구 출신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의거를 다룬 연극도 펼쳐진다.
기념식 이후에는 의거 당시 만세 시위가 재현된다. 관내 중·고등학생과 시민 900여 명이 ‘대한독립 만세’ 구호를 외치며 동구청 광장까지 행진한다. 행진 중에는 일본 경찰의 탄압에 맞서 만세 운동을 펼치는 내용의 짧은 연극과 학생들의 아리랑 플래시몹도 더해진다. 참가자들이 구청 광장에 도착한 뒤 만세 삼창을 외치면 행진이 막을 내린다. 만세 행진은 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2013년 시작됐다. 2019년까지 이어졌지만, 이듬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중단됐다.
이날 행사 진행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일대 도로가 통제되면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정오까지 부산진일신여학교~동원드림타운아파트~봉생병원~홈플러스익스프레스 좌천점~부산은행 수정동지점~동구청 오거리~동구보건소 구간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 대중교통도 일부 노선이 조정된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시내버스 87번과 마을버스 동구2번은 행사장을 우회해 경남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1919년 의거 당시 학생 심순의, 교사 주경애 등 10여 명은 오후 9시께 전날 직접 만든 태극기 50개를 들고 기숙사 밖으로 빠져나와 좌천동 일대에서 만세 시위를 벌였다. 어린 학생과 교사의 시위에 주민 수백 명이 호응하며 행렬에 동참했다.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고 6개월에서 1년 6개월에 이르는 시간 동안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의거는 부산 지역 최초의 만세 운동으로서 그해 열흘 앞서 시작된 3·1운동이 부산·경남 지역에 확산한 계기로 평가된다. 특히 여성·학생·교사가 시위를 주도하면서 남성·성인 중심의 항일 운동 주체가 다양한 계층으로 확장된 사례로도 꼽힌다. 동구청 관계자는 “불의에 맞선 지역의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독립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의미 깊은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