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시장, 성평등 지수 개선 '청신호'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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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2024 성인지 결산 보고서’
성평등 벡델 테스트 통과율 최고치
핵심 창작 인력 성비 불균형 개선
‘흥행 30위’에 여성 감독 작품 5편
평면적 캐릭터·촬영감독 0명 과제


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 스틸컷. 2024년 흥행 순위 10위에 올랐다. (주)쇼박스 제공 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 스틸컷. 2024년 흥행 순위 10위에 올랐다. (주)쇼박스 제공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작 10편 중 6편이 영화 성평등 평가 방식인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화 창작 핵심 인력 중 여성의 비중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객 수 기준 흥행작 30위 영화 중 16편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공연을 제외한 조사 대상작 27편 중 59.3%에 달하는 비율이다. 별도의 성인지 결산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2022년 이후는 물론이고, 관련 통계를 낸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둘 이상 등장하고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의 주제가 남자에 대한 것 외인 경우에 통과된다.

보고서는 또 한국 영화산업의 성비 불균형도 일부 개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개봉작 182편을 조사한 결과 핵심 창작 인력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독 24.0%(48명), 제작자 25.6%(90명), 프로듀서 35.0%(85명), 주연 48.1%(91명), 각본가 34.7%(75명), 촬영감독 8.9%(20명)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과 비교해 상승한 것이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인 상업영화 37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감독, 제작자, 각본가의 여성 비율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관객 수 기준 흥행 순위 30위 내에 여성 감독 작품 5편이 이름을 올린 데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김다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를 제외해도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4위), 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10위), 김세휘 감독의 ‘그녀가 죽었다’(13위), 이언희 감독의 ‘대도시의 사랑법’(17위) 등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2023년 임순례 감독의 ‘교섭’ 1편뿐이었던 흥행 순위 30위 내 작품에 지난해 4편이나 이름을 올린 것은 감독을 비롯해 영화 현장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과 활약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조연을 맡은 여성 배우가 증가한 것과 별개로 조상 대상작의 44.4%가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또 직종별 여성 비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인 상업 영화의 여성 촬영감독이 3년 연속 0명인 것은 과제로 지적됐다.

한편, 보고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0TT) 오리지널 영화 부문은 여전히 여성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영화 6편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은 김희진 감독의 ‘로기완’ 1편뿐이었고, 여성 배우가 메인 주연은 맡은 작품은 아예 없었다. 6편 중 3편(50%)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이는 2022~2023년의 84.6%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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