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 위기일수록 사법부 재판 임무 충실히 할 것”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 강조
31년 법관 경력, 20년 부산 근무
지난해까지 13번이나 '우수법관'
지역 주민에 봉사하는 법원 지향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다 올해 초 발생한 서울 서부지원 폭력 난동 사태까지 겪으며 법원 구성원들이 모두 힘들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법부 본연의 임무인 재판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
지난달 10일 새 임기를 시작한 김문관(사법연수원 23기) 부산지방법원장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부산 출신인 김 원장은 31년간의 법관 경력 중 20년을 부산에서 근무했다. 그의 매끄러운 재판 진행은 때때로 후배 판사들이 재판정을 찾아 방청할 정도로 유명하다.
김 원장은 “형사 재판은 절차의 엄정성과 공정성이 요구돼 절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측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판장이 재판의 본질적인 쟁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재판 과정에서 이를 드러나도록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선입견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의 성격에 대한 심정도 드러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전국의 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 평가에서 지난해까지 13번이나 ‘우수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지방변호사회가 법관 평가를 처음으로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부산고법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20년에는 부산변호사회는 물론 서울변호사회로부터도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그는 “부산 법정이라도 고등법원 사건에는 서울 변호사도 내려오곤 한다. 서울변호사회는 규모가 크다 보니 지역 판사도 한 번씩 평가에 들어갈 때가 있는데 운이 좋게 들어갔던 모양이다”며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온화하게 재판할 생각은 없었고, 재판을 잘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과분한 평가를 받으면서 더 노력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부산지법을 우리나라 제2의 도시에 있는 법원이자 ‘청빈의 상징’인 조무제 전 대법관을 배출한 전통으로 빛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향 법원이자 오랫동안 근무한 곳의 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며 “신속한 재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액 장기 미제 사건 등 일부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부산 시민에 봉사하는 법원’ ‘부산 시민에 다가서는 법원’을 지향하겠다고 역설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서로 보살펴 주는 따뜻한 법원 문화’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보통 판사들의 속성은 드러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앞으로 공을 많이 들이고 의미 있는 판결들을 알리기 위한 공보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해지며 부산지법에 근무하는 법관들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역에 대해 조금 더 애착을 가진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부산에서 근무하면서도 자기 발전을 할 수 있고, 지역에서도 훌륭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부산지법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업무 외에도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년 10회 강의를 여는 부산시민법률대학을 운영하고, 매년 1000명이 참여하는 견학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이런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법원 구성원들이 어떤 열정으로 재판과 사법 절차에 임하는지 주목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