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창업 1년간 7% 급감… 쪼그라드는 부산 창업 생태계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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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만 688개 창업 그쳐
2019년 이후 5년간 최대 폭 감소
전국 2.9%보다 2배 이상 악화
코로나19 때 위축된 투자 영향
단기적 성과 치중한 지원도 문제

지난해 창업한 부산 기술 기업이 지난해보다 830여 개 줄어들었으며,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900여 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부산 창업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의 기술 기반 창업은 1만 688개로 전년 대비 7%가량 줄었다. 지난해 전국 기술 기반 창업은 21만 4917개로, 전년 대비 2.9%가량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최근 5년간 부산의 기술 기반 창업 수치를 보면 매년 전년 대비 1~3%가량 줄어들거나 소폭 상승해 왔는데, 5% 넘게 줄어든 것은 최근 5년 내 처음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던 2019년(1만 1598개)보다 900여 개 정도 적은 상황이다.

제조업 및 지식서비스업을 의미하는 기술기반 기업은 신산업·딥테크 분야 등으로 부산의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핵심 산업이다.

부산의 기술 기반 창업은 최근 4년간 소폭 상승해 오다 올해 급격히 줄어들었다. 2020년 1만 1211개였던 기술 창업 기업은 2021년 1만 1376개로 늘었다가 2022년 다시 1만 1305개로 줄었다. 이후 2023년 1만 1521개로 소폭 다시 늘었다가 지난해 1만 688개로 떨어졌다.

전국 수치와 비교해도 지난해 전국의 기술 기반 창업 수는 21만 4917개로 전년 대비 2.9%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부산은 7.2%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당시 투자 생태계가 악화된 결과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술 창업과 같은 경우 기술 개발에서부터 검증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코로나19 확산 때 움츠러든 투자의 결과가 지난해야 나타났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항만 관련 기술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스타트업 분야에 투자금이 많다가 그 이후 자금이 씨가 말랐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금들이 많이 빠졌고, 다시 금리가 내리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투자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고 전했다.

정책적으로도 부산의 많은 기술 창업 지원이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의 한 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술적 난도가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창업자들의 경우에는 개발부터 기술 검증까지 긴 시간 지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부산의 많은 펀드 운용사들이 단기적 실적에만 치중하면서 기술 기반 창업자들이 이 시간을 버티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많은 지원 사업들이 지원 없이도 성장이 가능한 기업들에게만 지원이 되다 보니, 지원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기술 창업의 경우 수요처가 중요한데, 부산에 기술 기업들과 매칭될 만한 큰 기업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 창업 지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부산기술창업투자원 혁신창업팀 관계자는 “사실상 코로나19 당시 1인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이 많이 이뤄지면서 이때 창업이 늘어났다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관련 기관들과 함께 기술 기업들을 위한 자금 보증뿐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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