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장외전 대신 현 기조 유지
차분히 심판 결과 기다리는 분위기
개별적 1인 시위에는 "각자 소신"
민주, 최 대행에 마은혁 임명 요구
명태균 특검법 공포도 연일 강조
심우정 탄핵 역풍 우려 시점 고심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비공개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론을 의식한 여야 눈치전이 첨예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에 대한 맞불 장외 투쟁을 애써 참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과의 소통도 자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11일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당이 장외 투쟁을 시작한 것과 관련해 맞불 장외전을 벌이지 않고 현 대응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야당처럼 장외 투쟁이나 단식 농성을 벌이며 헌재를 압박하기보다는 차분히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민주당이 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원들의 개별적인 1인 시위에 대해서는 “각자의 소신”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상현·이헌승·박대출·장동혁 등 의원은 이날부터 헌재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각자의 소신과 판단에 따라서 한 부분”이라며 “지도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도 없고 거기에 대한 지침을 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 등 당내 의원들의 윤 대통령 관저 방문에도 자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추가로 대통령과 식사하거나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전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여기엔 윤 대통령의 메시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과 나라만 생각하겠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내에서도 개별 의원들이 윤 대통령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정치적인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며 “여러 억측을 낳을 수 있는 정치적인 행위는 절제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30번째 탄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섣불리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CBS 라디오에서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탄핵으로 가기 전에 밟아야 할 절차들은 다 밟아야 한다”며 “검찰총장이 내란에 연루됐다는 것이 (수사 등을 통해) 충분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적절한 시점에 심 총장 탄핵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심 총장 탄핵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충분한 의견 개진이 있었고 적당한 시점에 지도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만큼은 점차 높여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압박에 더욱 힘주는 것이다. ‘명태균 특검법’ 공포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75일째, (마 후보자 미임명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난 지 12일째인 오늘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며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서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최 대행 압박 배경에는 여권을 중심으로 탄핵심판 선고 지연과 탄핵 각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