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5% 추가 관세, 지역 자동자부품 수출길 먹구름
12일부터 철강 제품 등에 부과
트럼프발 경제 타격 현실화
부산 주력 업체 직접 피해 눈앞
부울경 업체들 어려움 호소
시, 추경 편성·기업 지원 등
관련 업계 피해 축소 대책 마련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경남 양산시에 있는 성우하이텍을 방문, 동남권 중견기업과 간담회를 개최해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어려움을 청취했다. 성우하이텍 제공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전쟁’의 파장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25%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이행 지침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력 산업군인 자동차부품업계를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2024년 부산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9755만 달러다. 자동차부품은 부산의 전체 대미 수출의 3.6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다만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 잔여 87개 품목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됐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 적용이 유예되는 부산의 범퍼 수출액은 53만 6000달러, 서스펜션은 231만 6000달러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수출길에 높은 ‘관세벽’이 생긴 셈이다.
자동차부품업계는 향후 자동차 완성품 수출에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될 때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직접적인 수출보다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이 많다. 자동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략하기에 당장은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지역 업체들 중에는 한국GM 창원공장과 일하는 곳도 많다”며 “GM 창원공장은 미국 수출 비중이 80%가 넘어 관세가 부과되면 GM과 거래하는 지역 부품 업체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와 지역 기업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트럼프발 통상 환경 변화가 주요 화두가 됐다. 11일 경남 양산시 자동차 차체 및 배터리팩 전문 기업인 성우하이텍에서 열린 ‘동남권 중견기업과의 간담회’에서도 지역 업체들은 트럼프 2기 이후 고환율,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산업자원통상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부산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부산지방국세청장 초청 상공인 간담회’에서도 트럼프는 주요 화두이자 간담회가 열린 배경이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발 통상 갈등 심화, 고용 부진 등으로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하향 조정한지 불과 한 달 만이다. KDI는 특히 자동차, 철강제품 등은 미국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순서대로, 즉 자동차 및 부품(46%), 일반기계(29.4%), 철강제품(13.1%), 석유류(9.5%), ICT(9.4%) 순으로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발 지역 경제 타격이 현실화하자 부산시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부산시 김봉철 디지털경제실장은 “수출 바우처와 고환율 피해 기업 지원 정책 등 트럼프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해 운용 중이다”며 “다음 달 멕시코 관세 부과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을 지켜보면서 지역 기업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