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그들을 살리면, 그들이 우리를 살립니다" 안도 스님 장산 대원각사 주지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활동
범어사 청련암 양익 스님에 사사
불무도, 시 무형유산 지정이 과제
부처님 생명 존중론, 환경과 연결
일회용품 금지 ‘녹색사찰 협약식’
부처님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로 활동 중인 안도 스님.
지난 1월 부산불교환경연대 주최로 낙동강변에서 열린 큰고니 먹이 주기 생태 방생 행사에서 만난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안도 스님. 스님은 이날 “고니를 비롯한 철새들이 낙동강에 많이 서식하는데, 부산시에서 자꾸 개발해 버리니까 먹이가 부족하다. 이들이 다시 러시아 쪽으로 날아가려면 몸에 영양분이 필요해서 먹이 주기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불교환경연대는 부처님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바탕으로 2022년 4월에 창립했다. 알고 보니 전국 단체인 불교환경연대 공동 대표를 일찍부터 맡고 있는 스님이 지부 성격인 울산, 광주전남, 전북환경연대가 먼저 만들어지는 데 부산만 뒤처지는 것 같아 창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안도 스님 하면 환경 지킴이보다 불무도가 먼저 떠올랐기에 다소 뜻밖이었다. 안도 스님 역시 지금도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불무도를 부산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받는 것이다. 불무도는 옛날부터 범어사에 내려오던 무예이기에 연구해서 정리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지정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님은 중학교 3학년 때 진주 금선암 종인 스님 문하에서 무술 수련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종인 스님은 그를 범어사 청련암 양익 스님에게 보냈다. 불교 무술의 고수로 범어사 일주문을 뛰어넘었다는 바로 그 양익 스님이다. 안도 스님은 청련암에서 금강영관(金剛靈觀)을 수련했고, 양익 스님이 좌탈입망할 때까지 청련암을 지켰다. 스님은 그 뒤 금강영관을 대중화하기 위해 이름을 불무도로 바꾸고 서면 등지에 포교당을 만들어 대중화에 나서기도 했다.
오로지 불무도 보급에 집중하던 스님이 환경운동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 해운대 장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각사에 가 보고 나서 알게 됐다. 지금의 대원각사는 해운대 시가지와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절이지만, 처음엔 주변 스님들이 모두 “어찌 살려고 이렇게 척박한 곳에 자리를 잡았냐”며 걱정했다. 산 중턱에 무허가 건물 한 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스님은 “대원각사 자리는 원래 개를 키워서 잡는 개 사육장이어서 악취가 진동했다. 2011년 이곳을 정리하는 1000일 기도를 하면서 동물 천도제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원각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 천도제를 열었다. 대원각사는 갈수록 반려동물 천도재 문의가 늘어나 지금은 반려동물 합동 천도제를 계획하고 있다.
스님은 “불교는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본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고 물도 돌도 생명이 있어 인간이나 나무나 똑같이 평등하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존엄성도 느껴야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 돼지, 닭이 먹을 사료를 위해 밀림 같은 곳을 막대하게 개간하니 환경이 파괴된다. 우리가 육식을 조금만 줄여도 지구의 탄소 중립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연을 생각하는 대원각사의 변화가 부산불교환경연대 창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금강승불무도 총본원인 대원각사에서는 종이컵이나 비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부산불교환경연대는 이처럼 각 사찰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녹색사찰 협약식’을 맺고 있다. 스님은 끝으로 부산불교환경연대의 4대 윤리를 소개해 주었다. 그것은 “첫째, 살리는 삶이 아름답다. 둘째, 작은 것이 아름답다. 셋째, 느린 것이 아름답다. 넷째, 나누는 것이 아름답다”이다. 2000평이나 된다는 대원각사 녹차밭에서 나온 녹차 맛이 더욱 향기롭게 느껴졌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