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의 ‘전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제갈삼을 조명한다
부산청년오케스트라 22일 공연
발달장애인 협업·제자, 후배 출연
예술가곡·합창곡·피아노곡 연주
제갈 전 교수도 이날 참석 예정
100세의 전설 제갈삼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부산청년오케스트라’가 22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2020년 7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기네스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제갈삼 교수 모습. 부산일보DB
100세의 전설 제갈삼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부산청년오케스트라’ 포스터.
5년 전인 2020년 7월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하얀 턱시도를 차려 입은 만 95세의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 제갈삼 전 부산대 교수는 ‘기네스 음악회’란 이름의 특별한 연주회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그의 100세를 기념하는 특별 음악회를 열기 위해 제자와 후배 음악인들이 뭉쳤다. ‘100세의 전설 제갈삼’이란 제목의 음악회로, 오는 22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석 무료 공연으로 진행한다. 이날 연주는 힘들지만, 제갈 전 교수도 참석할 예정이다.
1925년 11월생인 제갈 전 교수는 올해 만 100세를 맞는다. 그는 일제강점기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사범학교(5년제 중고등 교육기관)로 진학해 14살 때 피아노 특기생으로 뽑혀 교육을 받았다. 19살 때 대구 수창국민학교에서 음악 교사 생활을 시작하며 교편을 잡았다. 이후 부산여중, 경남여고 등에서 음악 교사를 하다가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로 1991년 정년 퇴임했다.
이번 음악회를 주최·주관하는 부산청년오케스트라(감독 겸 트레이너 홍기정) 관계자는 “부산 음악계를 대표하는 원로이자 상징적인 인물인 제갈삼 선생님의 100세를 기념하며, 그의 업적을 조명함으로써 국내 음악계에 새로운 영감과 전통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부산청년오케스트라와 발달장애인 합주단 ‘더 날개’, ‘앙상블 WE’가 협업해 세대와 능력을 초월한 예술적 교류와 협력을 실천하고, 문화 다양성과 화합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연은 부산문화재단의 2025년도 부산문화예술 우수예술 지원(음악, 단체 분야)에 선정됐다.
이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제갈 전 교수의 자작 예술가곡과 합창곡,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또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전설’과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가 남긴 바이올린곡 ‘전설’(바이올린 백재진)도 함께 들려주며 제갈 전 교수의 백 세 음악 인생을 상징적 주제로 담아내고자 한다.
제갈삼 전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의 중년 시절 모습. 서정아 제공
제갈삼 전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의 청년 시절 모습. 서정아 제공
예술가곡은 제갈 전 교수가 작곡한 ‘만월대’(원천석 작시, 1948) ‘파랑새’(한하운 작시·1953) ‘바위’(유치환 작시·2005) ‘내 구름 되거든’(김상훈 작시·2006) ‘보리피리’(한하운 작시·2009) ‘네가 가던 그날은’(김춘수 작시·2007) 등 6곡을 들려준다. 합창곡은 그가 작시·작곡한 ‘부슬비’ ‘푸른 산 저 너머로’ ‘백제의 옛 서울’(이상 1946년) ‘삼천리 고운 강산’(1947) 등 4개이다. 피아노 독주곡은 ‘파랑새 주제에 의한 비가(엘레지)’(1998년, 피아노 조현선)를 연주한다.
부산청년오케스트라는 박성완(부산대 명예교수)이 지휘하고, 합창곡은 ‘오페리움 한울 콰이어’(지휘자 채범석)가 부른다. 성악곡은 제자였던 소프라노 김유섬(국립창원대 예술대 학장), 후배 음악인 테너 김지호(부산성악가협회장), 바리톤 안세범(동의대 외료교수)의 목소리로 듣는다. 기악곡은 제자였던 조현선(경성대 명예교수)과 제갈 전 교수에 의해 창단된 ‘부산트리오’의 명맥을 잇고 있는 백재진(동의대 명예교수)이 연주한다. 이 외에도 이번 음악회에 출연하는 ‘더 날개 오케스트라’는 부산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로 2016년 창단했고, ‘앙상블 We’(음악감독 박경희)는 부산과 경남 출신의 발달장애 연주자로 이뤄진 스트링 앙상블로 2019년 4월 결성했다. 오페리움 한울 콰이어는 오페라와 클래식 성악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단체로 14인의 성악가와 2인의 피아니스트, 1명의 무대감독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 문의 부산청년오케스트라 051-634-1295.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