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유전 질환 걱정된다면”... 남구의회, 전국 최초 유전자 검사비 지원 조례 제정
태아기 유전자 검사비 지원
부산 남구, 전국 지자체 중 최초
유전 질환 고위험 임신부 대상
부산 남구청사 건물 전경. 남구청 제공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 씨는 어릴 적부터 희귀난치질환인 ‘연골무형성증’을 앓아왔다. 결혼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출산을 계획 중이지만, 1m 남짓의 작은 키가 행여 자녀에게 대물림될까 봐 자녀 계획을 주저하고 있다. A 씨는 “자녀가 유전 질환을 갖게 된다면 미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싶은데, 빠듯한 형편에 선뜻 검사를 받기가 큰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부산 남구가 전국 최초로 유전 질환 위험이 있는 임신부를 위한 태아기 유전자 검사비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높은 검사 비용 부담으로 망설였던 예비 부모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산 남구의회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부산광역시 남구 유전질환 고위험 임신부 유전자 검사비 등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조례 제정으로 ‘유전 질환 고위험 임신부’에 해당된다면 배아·태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전국 최초로 마련됐다. 유전 질환 고위험 임신부란 임신부 본인(배우자 포함)이 유전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을 보유한 경우다.
유전자 검사는 자녀의 유전 질환 가능성을 예측하고 조기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희귀난치질환자에게는 회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이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에 발생한 전국 희귀난치질환 신규 발생자 총 5만 4952명 중 부산은 2760명으로 약 5%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재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서 유전 질환 위험에 노출된 배아·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비를 지원하는 제도는 전무하다.
조례를 발의한 남구의회 김철현 의원은 “평소 유전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고 임신을 기피하는 부부들의 걱정과 두려움에 많이 공감해왔다”며 “저출생 시대에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고, 유전 질환에 대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 마련에 기여하고자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