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현장체험학습, 교사 목소리는 어디에
허소영 부산교사노조 정책1실장
2022년 강원에서 수학여행을 갔던 초등학생이 주차 중이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11일, 법원은 당시 학생들을 인솔했던 담임 교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존재’하며, 교사가 학생 대열 이탈이 예상되는데 단 한 번만 뒤를 돌아봤다고 판단했다.
20~30명의 학생을 혼자 이끄는 교사가 몇 번을 돌아보아야 의무를 다한 것인지, 한 번 더 돌아보았다면 버스의 돌발적인 움직임을 막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앞선다. 이러한 판결은 교사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현장체험학습 시행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확산시켰다.
부산교사노동조합(부산교사노조)은 부산 지역 교사 10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사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2024학년도에 비해 2025학년도 체험학습 횟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2024학년도에 숙박형 수학여행을 실시했다는 응답은 81%였고, 시행 여부는 주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에 의해 결정됐다. 반면 2025학년도 계획 수립 과정에서 교사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지만, 숙박형 수학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65%였다. 교육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교사가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교사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문제는 사고 위험과 시행 여부뿐만이 아니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을 경험하도록 돕는 교육 활동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맞추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와 예산을 통해 사실상 학교가 체험학습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기고, 체험학습 준비와 행정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교사들의 55%가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교육적 판단을 할 수 없는 현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한 부담, 그리고 완벽한 안전을 요구하는 법적 책임 등이 주요 이유였다.
현장체험학습이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정부와 사회는 교사를 교육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체험학습의 형태와 구성을 결정할 자율성을 보장하고, 충분한 안전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교사는 안전요원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다.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의 장이 되려면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