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제강점기 왜곡된 우리 고대사 바로 세워야 합니다” 도명 스님 경남 밀양 여여정사 주지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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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성보박물관 부관장도 맡아
숨겨진 고대 역사 '비문전쟁' 펴내
변조한 비문 추적, 원래 내용 복원
일제 사관 임나일본부설 강력 비판

최근 한국 고대사의 숨겨진 의혹을 분석한 <비문전쟁>을 펴낸 도명 스님. 최근 한국 고대사의 숨겨진 의혹을 분석한 <비문전쟁>을 펴낸 도명 스님.

“한일 역사 왜곡의 도구로 악용됐던 광개토태왕릉비와 진경대사탑비의 실체를 파헤쳐, 한일 역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최근 한국 고대의 숨겨진 역사 〈비문전쟁〉(부제 광개토태왕릉비와 진경대사탑비의 진실)을 펴낸 경남 밀양 여여정사 주지 도명 스님(범어사 성보박물관 부관장).

그는 “이 책이 청산되지 않은 일제 식민사관인 임나일본부설의 잔재가 아직도 사학계에 여전한 가운데 왜곡된 우리 고대사를 조금이나마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님이 집필한 책은 일제가 비문을 변조한 과정을 세밀하게 역추적해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로 원래의 내용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야임나설’의 근거가 돼온 광개토태왕릉비와 진경대사탑비를 중심으로 일본 제국주의 참모본부의 역사 조작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가 연구한 광개토태왕릉비는 고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관계를 규명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지만, 19세기 말 일본군이 조작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도명 스님은 “일본 참모본부가 광개토태왕릉비의 ‘신묘년 기사’와 ‘경자년 기사’를 변조해 한반도 남부에 왜의 세력이 존재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연구의 모순을 분석하고, 원석 탁본의 신뢰성까지 철저히 검증했다. 특히 “원석 탁본이 변조되지 않았다는 학설은 오류”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과 함께 “일제가 밀정을 파견해 역사 조작을 시도했고, 변조된 원석 탁본을 이미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창원 봉림사지의 진경대사탑비 역시 일제의 관제 사학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해석이 왜곡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님은 “일제가 김유신 장군을 진경대사의 선조로 만들기 위해 비문의 문장을 조작했다”며 “실제 내용은 김유신이 대사의 직계 조상이 아니라, 대사의 선조 ‘초발성지’가 김유신 장군에게 귀순한 관계에 대해 기리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국내 일부 학자들은 진경대사탑비의 틀린 풀이를 바탕으로 가야 지역이 고대 임나이며, 가야 왕족의 후손인 김유신을 임나의 왕족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해석을 통해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경대사탑비의 문장을 변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사를 동사·형용사로 바꾸는 방법으로 문장의 의미를 변형시켜 비문의 본래 의미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도명 스님은 “불가사의한 인연에 의해 임나일본부와 관련된 두 비문을 연구하게 됐고,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왜곡된 고대사를 바로잡아 한국과 일본의 묵은 숙제를 청산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스님은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이신 정여 대종사를 은사로 1998년 범어사에서 출가했다. 불국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토굴과 선원에서 정진했으며 2009년부터 김해에서 포교 활동을 하며 가야의 역사와 인연을 맺었다. 또 지난 2022년 김수로왕의 비인 허왕후와 그녀의 오빠 장유화상의 가야(가락국) 도래에 관한 〈가야불교 빗장을 열다〉를 출간해 한국 불교 최초 전래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스님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바른 역사 연구를 통해 식민사관의 잔재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개토태왕릉비를 비롯한 우리 선조의 기록들은 스스로 의심하기보다 올바르게 연구, 해석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비문 가운데 광개토태왕릉비의 경우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해석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진실을 밝히고 해석권을 되찾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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