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단어 하나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김서정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재조명되며 함께 화제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이다. 그녀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겨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처음으로 한국 국민에게 번역판이 아닌 원판 그대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는다는 뿌듯한 감정을 선물했다.
가끔 영화 번역자의 고충은 들은 적이 있지만 어린이 책 번역에 관한 이야기는 생소한 분야였다. 특히 한 페이지에 1~2개 문장만 들어가는 그림책은 그리 난도가 높은 작업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라는 책이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어린이 책 번역 방법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500권이 넘는 어린이 책을 번역한 저자는 어린이책 번역에 관한 요령과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린이책 번역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을 주로 담고 있다. 물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번역 전략은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장에선 너무나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 5권을 꼽아 원문과 우리 말 번역을 비교한다. 영어와 우리말의 어감과 리듬감의 차이, 그림책의 글과 글 책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2장은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3장은 번역 일을 하며 맞닥뜨린 어려움과 문제를 풀기 위한 분투기를 담았다. 번역가로서 뿌듯했던 순간에 대한 일화도 있다. 4장은 한국에 온 외국 동화의 변천사를 설명하고 표로 정리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제목을 발견하며 이렇게 세월이 많이 흘렀다 새삼 실감 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외국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알게 되며 한국어만의 특징까지 발견할 수 있다. 김서정 글/책고래/184쪽/1만 68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